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여기서 그만두고 딴 직장을 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억울해서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한 것이 죄입니까? 지금 돈 한 푼이 아쉬워서 감기 몸살 걸려도 약 하나 제대로 사먹지 못하지만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겁니다.”

17일 동두천에 위치한 드림택시 해고 노동자들은 미국에게 ‘미군기지 출입권’ 존재를 확인하는 청구소송을 냈다.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출입제한을 받으면서 해고까지 당한 이들이 소송까지 낸 것은 미군기지 출입권만 인정받는다면 다시 복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림택시 노동자, 소송 대리인 등이 17일 청구 소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드림택시는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 안에서만 운영할 수 있는 한정면허를 갖고 있는 택시회사로 소속회사 노동자들이 기지 출입을 제한 당하면 사실상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드림택시 측에서는 미군에서 출입제한 조치를 한 지 일주일 만에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인간답게 살겠다고 집회를 열었다가 해고까지 당한 드림택시 노동자들

해고된 노동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설립한 드림택시는 복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회사였다. 사무실은 컨테이너박스로 되어 있었고 택시 차고지에 오폐수 시설, 정화수 시설, 수도시설, 차량정비시설이 없었다. 차량 안전을 점검하는 정비사도 없었고 언제나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렇게는 근무 못 하겠다”고 생각한 택시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회사 측과 노사협상을 수차례 진행했으나 사측에선 번번이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를 만들어도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자 드림택시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체결과 노동환경, 불투명한 회사 운영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미군부대안에서 택시운전하던 드림택시 노동자들이 출입 제한을 통보받자 미 대사관 앞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중의소리

하지만 이번엔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노조는 회사가 한적한 공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집회를 하더라도 지나가는 시민들이 없어 여론조성이 힘들다는 점과 노동자들이 미군기지 안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모여 집회를 할 수 있다는 효율성을 고려해 기지 앞을 집회장소로 택했다.

그러나 미군기지 내 직원 계약을 담당하는 주한미군 교역처(AAFES)에서는 미군기지 앞에서 벌어진 집회를 문제 삼아 조합원 40여명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 출입을 불허 한다”고 통보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미군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자 회사는 곧바로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집회를 열었다가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드림택시 해고 노동자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미국대사관부터 외교통상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를 방문해 ‘미군의 출입제한 조치와 회사의 해고 통보는 부당하다’고 하소연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 갔다. 17일은 해고된 지 76일 째 되는 날이었다.

드림택시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기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길에 몰린 드림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최근 희망이 생겼다.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회사 측에서 미군이 출입제한 조치를 해제한다면 다시 복직시키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 해고 노동자 이정환(42)씨는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 관계자들 앞에서 미군이 패스를 내주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현재 드림택시 노동자들은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법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출입금지 당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란게 드림택시 해고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해고자 이 씨는 “미군 게이트를 막은 것도 아니고 4차선 길 건너편에서 자유롭게 집회를 한 것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소송 대리인인 장경욱 변호사는 “법률적 해석은 충분하다”며 “헌법이 보장한 합법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미군에서 출입 금지를 통보한 것은 사회 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드림택시 노동자들이 미국에 소송을 건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