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재경택시분회 [김형동 변호사의 노동현안 리포트]

요즘 빈번한 상담 유형을 소개할까 한다. 지난 7월1일 이름뿐인 복수노조가 시행된 후 등장한 사례들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가 시행된 후라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영세사업 또는 사업장 종사자들을 조합원으로 둔 다수 노조는 창구단일화 제도 도입에 크게 저항했었다. “복수노조가 도입되므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창구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작은 조직이지만 이들은 초기업별 단위노조 분회로서 이미 복수노조 경험이 있거나 복수노조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있기에 복수노조가 ‘비로소’ 시작이라든지 그로 인한 ‘경영이 어렵다’는 소리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산은 간단했다. 7월1일을 시점으로 노조측으로서는 노조수와 관계없이 창구단일화를 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지만 사용자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무엇보다 영세조직에서는 사용자의 지원을 받는 노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한 염려가 컸다. 조직규모가 작아 사용자와 상대할 힘이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용자 노조의 조합원수가 많다면 아예 교섭권을 잃게 될 것이고 교섭대표노조라도 되려면 변호사도 잘 모르는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공정대표의무는 또 하나의 족쇄에 불과했다.

창구단일화 시행 100일을 넘긴 지금 이러한 우려는 적중하고 있다. 특히 작고 영세한 조직이 그러하다. 통계에 따르면 택시사업장 노조의 피해가 심각하다. 사용자 지원 노조의 등장으로 정상적인 조합활동이 어려운 노조가 다수다. 말 그대로 우울한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불순한 기도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조합을 지켜 내는 노조도 있다. 수원에 있는 재경택시분회가 대표적인 예다. 분회는 3개월 넘게 파업 중이다. 사용자는 지난달 부분적 직장폐쇄를 지방노동청에 신고했다. 지난해 말 노사는 전임자(타임오프)와 임금에 관한 대강의 합의를 했다. 퇴직금 중간정산에 관한 것도 포함됐다. 그런데 해가 바뀌자 사용자는 합의서가 모호하다며 그 이행을 미뤘다. 사용자는 스스로 신청한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결과까지 거부했다.

겉으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노사 간 임금 분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꼼수’가 숨어 있다. 합의를 불이행하면서 사용자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만한 새로운 노조를 지원하고 있었다. 시간을 벌며 창구단일화가 시행되기만을 기다렸다. 분회보다 큰 규모의 노조를 만들어 기존 합의마저 무력화시킬 속셈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분회 조합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단결하고 있다. 1인 1차제와 같은 달콤한 제안에도 조합원들은 끄떡하지 않았다. 사용자는 대체근로까지 해 가며 분회를 괴롭히고 있다. ‘부분적’ 직장폐쇄를 악용하고 있다. 파업 불참자의 몇 배에 달하는 차량이 수원시내를 운행 중이다. 신규 운전자를 채용해 대체근로를 시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맞서는 분회의 모습은 그 어떤 큰 노조에 비할 것이 아니다. 택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용자도 이를 가장 큰 약점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결속을 위해 수시로 서로 격려하고, 지난달에는 조합원들이 각자 추렴한 돈으로 분회 명의의 작은 식당까지 운영하며 부족한 조합비를 메우고 있다.

지금도 재경분회와 같은 사건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동종사업에서 단기간 이처럼 많은 사건이 있었나 싶다. 아마 87년 이후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도 감독기관 등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정부는 창구단일화 성공을 광고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집행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재경분회 사건과 다수의 영세사업장에서 노사문제의 발단은 창구단일화 제도 때문이다. 대규모 노조가 분열되기를 바라는 정부의 생각에 커다란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작 보호해야할 영세노조들만 죽어 나가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재경택시분회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개선해야 한다. 알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재경택시분회의 상급단체가 갖던 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향한 비판만큼이나 이들을 위한 우리의 태도도 돌아볼 때다. 결론적으로 이들에 대한 연대는 지금까지는 기대 이하다. 재경택시가 지하철이나 유성기업 정도의 규모였다면 어땠을까. 산업현장에서도 노동현장에서도 결국 규모와 숫자에 따라 연대가 결정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모두의 응원이 절실하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