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도로는 늘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차 댈 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유해한 배출가스를 마실까봐 온종일 창문 내리기가 겁난다. 전망도 어둡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대도시로 몰린다. 교통정체, 주차난, 대기오염 등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로봇택시’를 꼽는다. 로봇택시는 전기를 동력으로 택시기사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량이다. 최근 업계의 동향을 보면 상용화가 멀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로봇택시가 일반화하면 차량 수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연구기관 리씽크엑스는 로봇택시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가 2020년 2억4천700만 대에서 2030년 4천400만 대로 약 80% 감소하리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통정체가 감소하고, 주차장도 남아돌게 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대폭 줄어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로봇택시는 승차를 거부하지도, 장거리승객만 골라 태우지도 않는다. 덕분에 노인이나 장애인 등 교통취약자의 편의가 개선된다. 바가지요금이나 범죄 걱정도 사라져 관광객과 여성들도 안심하고 탈 수 있다.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 로봇택시를 타면 교통비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차량 구매비, 보험료, 연료비, 기타 관리비가 안 들고 인건비 감소로 택시요금도 현재의 5분의 1로 낮아지는 덕분이다. 차를 소유할 필요도, 운전면허를 따야 할 이유도 사라지는 셈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로봇택시를 선보일 업체로는 세계 최대의 검색업체 구글이 꼽힌다. 2009년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해 현재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르면 올해 말 미국에서 상용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의 뒤를 바짝 쫓는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연산 10만 대 규모의 대량생산 채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뉴욕 한복판에서 시험주행에 나선다.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로봇택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 콘티넨털은 프랑크푸르트에서 9월부터 6인승 로봇택시를 시범운행 중이다. 운전석이 없고 승객좌석이 3개씩 마주보는 형태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면 큐브가 달려오는데, 방향이 같으면 합승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차량공유회사 우버가 피츠버그 도심에서, 벤처기업 보야지는 캘리포니아의 노인주거단지에서 로봇택시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남양연구소 내에서 로봇택시 5대를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화는 로봇택시보다 로봇버스가 더 빠를 전망이다. 다양한 목적지를 찾아가야 하는 로봇택시와 달리, 같은 길만 반복 운행하는 로봇버스가 변수를 만날 경우가 훨씬 적어서다.

  작년 8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9인승 로봇버스가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국토의 상당수가 산이고 강설량이 많은 핀란드는 특히 산악지역의 대중교통이 취약한 편이다. 이런 불편을 로봇버스로 해소한다는 게 핀란드 정부의 계획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촌에서 노선버스 유지가 어려워진 일본도 로봇버스와 로봇택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 3월과 6월, 일본 IT기업 소프트뱅크는 오키나와에서 인공지능로봇 페퍼가 승객을 안내하는 로봇버스를 시험운행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로봇버스와 로봇택시를 상용화하고, 농촌 고령자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의료시설과 쇼핑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택시가 꼭 도로만 달리란 법은 없다. 올 9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독일 항공사 볼로콥터가 개발한 비행 로봇택시가 시운전에 성공했다. 전기가 동력인 이 시제품은 30분간 최고 100km/h로 날 수 있다.

  두바이는 왕세자가 직접 시제품에 탑승할 정도로 자율주행 대중교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두바이가 중동의 상업중심으로 부상한 뒤 교통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서다. 두바이 정부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의 25%를 자율주행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201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