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생생마당 - 택시, 대중교통인가 고급교통인가

정부-업계, 수년째 공방

2007-12-21 오후 4:19:10 게재

“정부지원 절실”… “노선·시간표 없는데”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인가 아니면 고급교통수단인가. 얼핏 대답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는 이 질문은 수년째 정부 및 지자체와 택시업계가 공방을 벌이는 논란거리다.
택시업계 노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택시 수급 불균형, LPG 가격인하 등 문제를 해결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택시살리기 전국연대’(공동대표 이수호·민만기·김남배·구수영)를 구성해 △택시가족 생계안정 및 운송수입금 보장 △운송비 부담 해소 △재정지원 확대 △승객 안전보장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시업계 노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택시지원’을 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대중교통이 아닌 고급교통수단’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업계와 시민단체가 ‘택시는 사실상 대중교통’이라는 주장은 현실론에 따른 것이다. 서울 지역을 제외하고 광역도시의 택시 수송분담률이 두자리수를 넘어가는 마당에 고급교통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택시는 현실적으로 자가용을 대체하는 운송수단이 됐다.
건설교통부와 지자체는 ‘법 논리’와 해외사례를 들어 대중교통에 포함시키길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노선과 운행시간표가 있어야 하는데, 택시는 고정노선과 일정한 운행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에서도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찬반 논란이 더 극심한 것은 택시업계가 고사수준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택시 수급불균형이다.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국 택시는 24만7886대로 해마다 늘어 1991년에 비해 56%나 증가했다. 택시 1대당 도시인구수를 따지면 서울은 택시 1대당 142명이지만 뉴욕은 658명, 런던은 345명, 도쿄는 231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법인택시의 3분의1은 쉬고 있는 상태고, 개인택시의 70% 이상이 회사간 매매에 의해 운영된다. 열악한 영업환경 때문에 따른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월 86만원(2005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고, 택시 사고율도 1만대당 664.8건으로 비사업용 자동차(99.2건)의 6.7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업계 노사는 정부의 지원을 위해 ‘대중교통육성 및 이용촉진법’을 개정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실제로 국회엔 이미 업계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이 두가지나 올라와 있다. 법 개정 취지는 “택시가 노선버스와 더불어 대중의 이동수단으로써 수행해 왔는데도, 대중교통수단의 지원을 위해 제정된 법률에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의하지 않아 지원 대상이 못되고 있다”며 “때문에 대중교통 수단의 정의에 택시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위기의 택시, 대중교통으로 인정해야

구수영 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장

  택시는 최근 산업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운송수입금은 한달을 꼬박 죽도록 일해도 월 1인당 250만원 내외로 전부 다 챙겨도 4인가족 생계비는 턱없이 부족한데 유류비를 비롯한 운송비용은 갈수록 폭등하여 택시가족의 생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다. 먹고 살 수 없으니 인력은 물밀 듯이 빠져 나가 고령화되고 운휴율이 늘어나 도급제와 1인1차제, 택시를 이용한 범죄사건과 교통사고가 급증하여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

  택시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하는 1회 자가용과 같은 여객운송수단이고 버스나 도시철도와 같은 노선여객운송을 연계하고 보완하는 대중교통수단의 하나이고 도시교통체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수송인원이나 수송분담률만 따져도 택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중교통수단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고 운행하며 대당 수송인원이 많아 수송효율이 높은 버스나 도시철도가 아직 완비되지 못하고 자가용 증가율과 이용률이 높은 우리의 교통현실에서 택시는 노선 없이 언제든지 목적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택시의 기능과 역할을 살리는 것은 버스나 도시철도를 살리는 것만큼 도시교통체계와 운수산업이 이용자의 안전과 편익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파행적이 아닌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택시를 본래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 고급교통수단이란 미명 아래 택시의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줄여 나가는 방향에서 이루어져 왔다. 단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고 운행하지 않고 1대에 많은 인원이 탈 수 없어 수송효율이 낮으며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대중교통이 아니라 고급교통이라는 것이다. 택시는 예산지원대상에서 배제되었고 대중교통개편에서 택시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택시연료는 사치품에 붙는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고 택시요금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것도 버스나 도시철도와 다르다. 택시시장을 잠식하는 대리운전, 자가용영업이 확산되어도 정부는 무관심하고, 택시기사들이 죽겠다 아우성쳐도 정부는 골치 아픈 표정만 지을 뿐 택시를 살리는 실질적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택시가 과연 고급교통수단인가? 고급교통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정책이 있기나 한 것인가? 택시를 운행하는 운전자의 처지가 과연 고급인가? 승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과연 고급인가?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도가 과연 고급인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17대 국회는 아직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택시가 고급교통수단이라며 반대하고 버스업계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11월 24일 개인택시와 법인택시가 역사상 유례없이 힘을 합쳐 ‘택시살리기 전국연대’를 출범시키고 대선과 내년 4월 총선까지 정부와 정치권에 택시 대중교통수단 포함, 택시살리기 3조 지원 등을 요구하였고 대선후보들 모두 택시를 살리겠다고 공약하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택시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다시는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시민에게 안전을, 택시에게 희망을, 택시를 살려내라 외치는 택시가족들의 분노에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답해야 할 때다.

공급과잉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나는 그나마 이 택시운전으로 아이 두명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어요.” “기름값 소비하면서 빈차로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감귤 따는 게 낮다싶어 거기 가있는 동료들도 많아요.”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이며 타 도시에 비해 택시프리미엄도 높다고 소문난 제주도 택시의 현재 모습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택시 수는 20% 정도 증가한 반면, 승객은 35%나 감소했다. 수요는 계속 줄어드는데도 택시공급은 반대로 계속 늘어났다. 최근 특정 광역단체의 사례를 실차율과 가동율을 토대로 분석해 보니 공급과잉 수준은 약 20% 에 이른다. ‘1차2인제’의 정상적인 근로조건을 고려한 적정 운전자 수급대비 차량운휴율도 30%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적인 평균 수치도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 전국택시의 약 20% 정도가 공급과잉 상태로 추정된다.
택시 공급과잉의 주원인은 90년대 이후 택시수요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선심성 신규 증차 남발에 있다. 2005년부터 ‘택시지역총량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이런저런 지역의 사정을 이유로 지자체들의 증차는 계속되고 있다.
넘쳐나는 빈 택시로 인해 운전자들은 수입이 줄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과로운전, 난폭운전이 성행한다. 고된 운전에도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관광지 등에선 손님을 볼모로 각종 소개료를 챙기거나 심지어는 한탕의 범죄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택시문제가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간주하여 택시에 대해 버스에 준하는 재정지원 등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택시분담율이 2~3% 순준에 불과한 선진국의 주요도시와 달리 우리나라의 택시는 이보다 2·3배의 높은 분담률이 보여주듯이 일반시민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생활교통수단이란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택시산업이 발전하고 서비스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특단의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간주하여 운영적자보조 등 시내버스에 준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정책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택시에 대한 정부보조가 공급과잉이나 도급제등 편법운영과 같은 시장실패나 정부 정책실패를 교정하기보다 택시산업이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내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택시에 대한 정부지원은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특수시설을 갖춘 택시를 대상으로 대중교통수단과 구별되는 ‘특별교통수단(Special Transport)’으로 분류하여 지원하고 있다.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운전자의 근로여건도 향상되고 택시서비스도 개선되기 위해서는 택시에 대한 정부지원은 우선적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여 택시산업이 정상화되는 기반을 구축하고, 택시의 고유장점을 살린 특화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FTA 등 시장환경의 변화로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과잉공급의 몸살을 앓고 있는 연안해운선박, 제주감귤산업은 지금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의 공멸을 막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택시산업에도 바로 이같은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서는 ‘자율감차보조’, 부실업체 퇴출이나 영세업체들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 지원이 필요하다. 특화된 택시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택시를 이용한 특별교통수단처럼 노약자택시, 교통오지에 대한 수요감응형(Dial-a-ride)버스대체 운행, 관광택시 등 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요금, 차량 등 규제개선과 시설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