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소식

ㆍ작성자	서울지역본부
ㆍ작성일	2008/10/23 11:00

ㆍ조회: 1743

ㆍIP: 58.233.6.152

육운업 지각변동 오나=택시
택시살리기, 입장차 불구 공감대 확산

미래지향적 택시상 정립 절실한 시기
국회·행정부·택시노사 입장차이 보여
노사 등 운영주체 생존권 회복 급선무

'지역별 총량제 개선' 최우선 화두로 부각
공급막고 ‘부실 부정 택시’ 퇴출 의견도
국토부 TF 가동…'마스터플랜' 성숙단계로

택시업계는 요즘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사업 부진의 늪이 유난히 심화됐다거나 사업환경에 엄청난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맞이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불안감을 업계는 한마디로 딜레마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홍수 때면 범람하던 물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돼 평상시에도 만수위에 임박해짐을 알고 열심히 쌓은 제방이 어느 순간엔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와 흡사하다고 한 사업자는 말했다.
여기서 홍수는 무엇이고 범람은 무엇인가. 또 물은 어떤 의미며 제방은 또 무엇을 뜻하는가.
택시운송사업의 사양화는 이미 진작부터 진행돼 왔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자가용 승용차 대중화시대를 맞아 승객감소가 급격히 이뤄진 반면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여객운송정책의 기조가 버스, 지하철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집중되면서 택시는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그런 한편으로 과거 ‘없어서 못타는 택시’, 불결하고 난폭한 이미지의 ‘택시 불친절’ 등이 택시 정책과제의 우선순위로 부각되면서 택시공급량 확대, 택시차량 고급화, 저가요금 정책이 강조돼 적어도 택시로 인한 시민 불편이나 이로 인한 사회 문제는 거의 완벽히 해소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택시사무의 전향적 지방이양을 계기로 택시정책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요금이나 인면허, 경영지도 등이 지자체의 책임으로 이뤄지면서 시대적 여건에 의한 사업영역 축소 외에도 택시는 치명적이고도 구조적 모순에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택시사무의 지방이양 자체가 아니고 이양의 전제조건이 할 수 있는 여건의 불비와 이를 수행하는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 등이다. 가장 현실적 문제인 택시 과잉공급 문제가 좋은 사례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택시운송사업 경영이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은 어쩌면 불보듯 뻔한 경로를 밟아온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업계 내부의 부침은 차치하고라도 택시운송사업 전반의 매출 감소, 대당 채산성 악화, 종사자 임금수준 등 모든 지표에서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한 때 탄탄한 중년의 직업중 하나로 꼽히며 ‘노후 걱정 없는 벌이’, ‘이동하는 작은 사업장’으로 불리던 개인택시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승객이 줄고, 비용은 더 많이 나가는 구조라면 운영난은 당연한 이치였던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업계를 짓누르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 업계는 바야흐로 경영개선을 위한 자구책이 아닌, ‘이 땅에서의 택시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바탕으로 ‘택시살리기’를 천명, 수단·방법 가릴 겨를이 없음을 대내외에 공포한다.
이는 법인·개인택시 어느 경우의 문제가 아님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자연스럽고도 용이하게 공조가 이뤄져 왔다.
그 사이 택시운전직 근로자인 노조의 경우 더욱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용자와의 관계 정립 이전에 택시 자체의 위기라는 인식이 사업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택시 자체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노동자건 사업자건 입장이 중요치 않다는 존재론적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점이 택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의 쟁점사안에서 노사가 특정 사안을 제외하고는 큰 틀에서 원칙적으로 의견이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조는, 사용자와의 문제는 택시정책 변화를 통한 택시살리기와는 별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그것은 당연하고도 절실한 문제로 분석된다. 외부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내부에서의 입장 정리는 별개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택시 당사자인 법인, 개인, 택시노조는 그동안 키워온 택시살리기에 관한 논리와 당위성을 증폭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주무부처를 통한 제도 개정 건의가 줄을 잇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그나마 반짝 관심을 가졌던 택시에 관한 당국의 시선이 잦아들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업계는 더 이상의 현상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아래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게 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을 택시에 관한 전면적 쇄신의 기회로 판단한 업계는 특히 국회를 통한 관계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18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쏟아져 나온 국회에 제출된 택시관련 법 개정안이 무렵 20여건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17대 국회에서 입법청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행정부를 통한 법령 또는 제도개선 요구가 이런저런 이유로 벽에 부딪치면서 어느덧 국회가 업계의 거대한 원군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0월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요약, 정리하면 ▲택시운송사업진흥을 위한 특별법 ▲대중교통지원육성에 관한 법률 ▲택시부가가치세 경감 확대 등을 규정한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 등이다.
특히 ‘택시운송사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의 경우 유사법안으로 정치권 여야 3당 소속의원이 공히 발의, 법 제정에 관한 업계의 여망을 담고 있어 그 향방에 업계는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은 다른 택시관련 법안의 내용을 사실상 아우르는 수준의 택시에 관한 전폭적인 지원내용을 담고 있어 업계의 ‘택시살리기’ 염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안은 ▲지역별 택시총량제 개선 및 감차보상 지원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 ▲택시의 제한적 버스전용차로 운행 허용▲택시 차량 취득세·등록세 면제 ▲개발제한구역내 택시 차고지 설치 허용 ▲택시요금 조정권한 중앙 정부 이관 ▲택시 부가세 전액 경감 ▲LPG부탄에 대한 석유판매부과금 면제 ▲친환경 차량 구매 지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고무적인 분위기는 이미 알려진 대로 7월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의 국회에서의 발언으로 분수령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은 국회 민생특위에 나와 택시문제에 관한 의원의 질문에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봐선 안된다”는 답변, 택시정책의 근본과 택시 정체성에 관한 주무부처의 입장과 원칙을 확인했던 것이다.
정 장관은 본지 창간 42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택시는 이미 준대중교통수단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선진국과 같이 고급 교통수단에 맞춰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언급, 택시정책의 방향을 내비쳤다.
정 장관은 나아가 “택시 지역별 총량제 개선을 통한 공급 조절을 추진하는 한편,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을 통해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할 계획”이며 “특히 브랜드 택시의 서비스 다양화를 통한 추가수요 창출해 나가는 등 택시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 이용자, 운전자 및 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택시를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정부 차원의 택시살리기의 맥점을 시사했다.
정 장관의 견해는, 업계가 그간 줄기차게 문제점을 지적해온 공급과잉 문제를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 만은 없다는 판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의 대처방안은 크게 두가지로, 현재 과잉공급된 부분을 포함해 총량제를 개선하는 방안과 그렇게까지는 몰라도 제도개선 이후 총량규제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택시문제의 핵심은 이미 과다하게 공급된 택시총량으로 인한 것이란 점을 정부나 업계 모두 인식하고 있는 이상 기존 공급량을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감축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데 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경우 문제는 비용이다. 감축 대상 차량, 즉 과잉 공급분에 대해 소위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영업권을 포함한 운행차량 가격을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책임있는 업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업계도 일정부분 비용을 분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부분은 교통전문가그룹에서도 일부 제안한 바 있어 실현가능성이 주목된다. 물론 업계 내부 동의와 재원의 성격 등 일련의 과정에 적법성이 담보돼야 하는 전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재원의 원천은 아무래도 정부 몫이 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의견이다. 범 정부 차원의 비상한 인식이 바탕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나 지금까지의 관행상 특정 부문의 과잉공급에 대해 정부가 비용을 대는 일이 결코 용이하지 않았다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더러 정부 몫의 비용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재정부담을 나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잉공급의 직접적 원인제공자가 다름아닌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태, 지역별 택시 사정의 상이함 등으로 지자체가 선선히 비용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택시 과잉공급 문제에 대한 한 택시노조 간부의 발언이 주목된다.
“과잉공급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비용문제로만 볼게 아니다. 우선 공급을 최대한 묶어 더 이상 총량대수가 늘지 않게 하고, 이와 함께 부적격 택시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지입 도급택시가 사회문제가 돼있지 않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택시노사 단체가 합심해 이들 문제의 택시를 발본색원해 퇴출시키면 그 대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개인택시중 문제가 있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일을 왜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당정 택시TF에 따르면, 택시의 미래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검토중이다. 친환경 차량 도입 지원이나 중소기업 장기근로자에 대한 주택 우선공급 대상에 택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방안, 택시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택시선진화센터 건립 방안 등이 논의중이나 문제는 위기의 택시를 살리는 가장 직접적이며 핵심적인 방안인 공급과잉 해소와 조세감면, 차고지제도 개선 등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가 전체 ‘택시개선’ 대책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업계의 딜레마는 좀 다른 부분에 있다.
택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갖은 노력들이 ‘택시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으로 응집, 여기에 사실상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해온 상황에서 당정의 분위기가 ▲총량제 개선 ▲서비스 개선 ▲근로자 지원 등에 포인트가 맞춰지고 있는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라면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규정해 여기에 상응하는 지원을 끌어낸다는 업계의 전략도 핀트가 맞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앞서 소개한 택시사업자의 ‘제방과 물’에 관한 언급은 이같은 택시업계의 보편적 정서를 축약한 것이다.
물이 넘치면 농사가 망하듯 택시위기가 한계에 이르러 존폐를 가늠해야 하는 시기에 왔다는 인식이 그것이며, 만수위는 최악의 상황이므로 이에 대비해 제방을 쌓는 일은 그간 업계가 공들여 추진해온 제도개선·법 개정 등의 노력으로 비유될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제방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와 같은 업계의 총력을 기울인 노력이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한 가운데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로 해석될 수 있다.
국토해양부와 국회의 기류를 짐작할 때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의 ‘무사통과’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현실인식이 그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어차피 택시란 관허업종’이라는 자조섞인 말을 뱉는 사업자도 있다. 업계의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똑같은 주장을 내놓아도 사업자가 내놓는 것 보다 근로자가 내놓을 때 더큰 설득력과 동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 노조에 더 큰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사업자도 있다.
당정의 기류에 밝은 한 사업자는 연내 시기가 종결되는 택시부가세 경감을 제외하고는 업계가 요구해온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답이 당장 나오질 않을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그는 대신 행정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를 통한 택시살리기 노력으로 택시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키운 것은 큰 성과”라고 지적하고 “그나마 행정부의 동의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우선 집중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역시 총량제 개선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다른 사업자는 “국회를 더욱 압박하면 행정부도 입장이 좁아질 것”이라며 “행정부가 나서서 해주지 못할 바에는 국회에 밀려서라도 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압박을 가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토부의 입장은 침착하기까지 하다. 특별법 전반에 대한 동의냐 아니냐는 판단이 아니라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견이 제각각 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괄 찬반 입장표현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특히 타 부처의 판단이 우선하는 사안도 적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현 정부 초기부터 택시개선을 위해 내부 TF를 가동해온 결과물과 택시 문제중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부처내 고위층의 입장 표명, 나아가 이번 기회에 택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틀을 마련해보겠다는 실무진의 의지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택시개선을 위한 ‘마스타플랜’은 숙성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종래 택시정책이 시민 만족도 증진, 수송력 안정화 등에 치우쳤다면 이제 택시정책은 투자에 대한 적정이윤 보상, 종사자 삶의 질 향상까지 동시에 가져가면서 시민에 사랑받는 택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택시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는 한 어떤 결실이 나올 법 하다는 것이 택시를 보는 다수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 어쩌면 택시 살리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고 전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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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택시요금 체계, 크게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