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익금도 기사들의 소득이지만 2009년 7월부터 초과운송수익금이 최저임금법 산입범위에서 제외돼 고정급여만 최저임금으로 적용된다. 노동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택시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택시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택시연합회 박복규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회장은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용자 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반면 경기 양주의 택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가자 회사가 하루 사납금을 8만2000원 올렸다”고 주장하며 지난 5일 집회를 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된다는 택시회사의 주장은 사실일까.

지난해 3월 노동자 측 대표인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조연맹과 택시회사들을 대표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체결한 임금협정을 보면 법인택시 노동자들은 월 26일 근무 기준으로 기본급 74만5639원에 승무수당 30만5711원, 근속수당 3만원, 야간근로수당 12만758원, 기타수당 2만6000원, 상여금 21만213원을 받는다. 임금 총액은 143만8321원이다. 택시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난해 하루 8시간·주 5일 근무, 한 달 209시간 기준으로 한 달 최저임금 135만2230원을 상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정 근로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택시 노동자들은 10시간 넘게 일해도 하루 8시간이 아닌 하루 5시간30분 일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전국택시노조연맹과 서울시택시운송조합 사이 임금협정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서울 택시 노동자의 실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48분이지만 택시 노동자들의 한 달 노동시간은 하루 5시간30분에 한 달 167시간으로 간주된다.

택시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야간근로수당을 제외한 기본급과 기타수당, 상여금을 합산해 계산한다. 임금 총액 143만8321원에서 야간근로수당(12만758원)을 뺀 131만7563원을 다시 167시간으로 나누면 최저시급 7890원이 나온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노조와 사용자가 맺은 임금협정을 올해까지 적용해도 최저임금법 위반과는 무관한 것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소정 근로시간 축소 ‘꼼수’는 2009년 7월 택시 노동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초과수익금이 빠진 뒤 시작됐다. 사납금 외 수입을 택시 노동자가 가져가는 초과수익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면서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기본급, 정기 지급 수당 등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했지만, 그 대신 노조와 합의를 통해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때문에 서울 택시 노동자들은 2014년 하루 6시간40분, 2015~2016년 6시간, 지난해 5시간30분의 소정 근로시간만 인정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5년 11월 발간한 ‘택시 최저임금 현장 연구보고서’를 보면 경북 1시간30분, 포항 2시간30분, 여주 3시간 등 소정 근로시간이 3시간 밑으로 떨어진 지역도 있었다. 민주노총 산하 민주택시노조 관계자는 “협상 대표 노조가 처음부터 잘못된 사측 안을 받아들여 불합리한 임금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유류비 등 사측 부담 비용을 택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관리 주체인 국토교통부,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의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발전법에 규정된 비용 전가 금지 위반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적발돼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은 택시회사는 148곳이다. 서울 전체 택시회사 255곳 중 58%가 지자체 단속에 걸린 것이다.

서울 법인택시 노동자 절반가량이 선호하는 월급제인 전액관리제의 실질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는 대부분의 택시회사가 사납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민주택시노조 관계자는 “현행 사납금 구조에서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사납금을 못 채우면 사측이 급여에서 사납금 부족분을 일방적으로 공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