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문 현장기획> 
 

택시근로자의 ‘휴일 타먹기’를 아시나요.

■ 택시사업장, 비공식적인 ‘휴일근로제’의 명암

- 휴일이나 일요일에 근로자가 전부 벌어가는 비공식제도

- 26일만근과 추가입금액 또는 일정금액 선납하는 조건

- 근로자는 목돈마련, 사업자는 근로자 확보에 유리

- 쉬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

서울택시 단위사업장에서 한달 26일동안 근무한 후 남은 4일(1차2교대기준)을 운행해 돈을 벌어갈 수 있는 휴일 승무제인 일명 ‘휴일 타먹기’가 일부 사업장에서 노사간 종종 마찰의 대상이 되고있다.

노사간 마찰을 빚는 곳은 택시업체의 사업주가 바뀌어 기존 근무제도를 일부 고치거나 아니면 기존 사업주라도 사고와 카드수수료 증가 등으로 이를 없애거나 운행시간을 제한하는 사업장이다.

택시업계의 큰 이슈인 수입금전액관리제나 현안인 타임오프제 및 복수노조 등 굵직굵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에도 사실상 사각지대의 작은 사안에 불과한 것이 일선 단위사업장에서 때때로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은 당장의 수입과 연결되는 ‘생활현장 이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기획에서는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공식적인 제도이지만 일선 사업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이러한 ‘휴일 타먹기’를 단위사업장의 노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알아봤다.

====================================================================

서울지역 택시단위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초과수입금을 제외한 정액급여를 타기위해 회사에 입금해야하는 기준운송수입금(일명 입금액 또는 사납금)은 1인 1일 기준으로 10만4000원 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위사업장의 입금액은 이를 넘는다. 이같은 이유는 10만4000원의 기본 입금액에다가 ‘신차구입’과 ‘휴일 타먹기’에 1일 1인 2교대 기준으로 각각 3000원 정도가 더붙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카드수수료 등 제반비용이 부과되거나 1인1차제로 입금액이 높아지기도 한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A사의 L위원장은 “휴일이나 일요일에 100% ‘타먹기’는 일일 사납금안에 이미 반영돼 있거나 ‘타먹기’운행을 하는 날에 2-3만원을 내는 반도급식이 있다”고 말했다.

일정한 금액을 미리내고 ‘휴일도급’을 할 때는 통상 평소 사납금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업장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입금액이 다소 낮은 편이다.

택시회사 매출은 입금액에 운행댓수가 곱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는 제반 원가를 입금액에 최대한 반영하고 가동률을 높이려고 한다.

반면 사납금제인 정액제 사업장의 근로자는 정액급여보다는 당장 하룻동안 벌어 회사에 내고 남는 금액을 그날이나 아니면 일정 기간후 가져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급여보다는 초과수입금 ‘벌이’가 괜찮은 곳을 선호한다.

이 중에서도 ‘휴일 타먹기’는 입금액을 미리 내거나 ‘타먹기’ 당일 부분 입금액만 낸뒤 하루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가져갈 수 있어 초과수입금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선호도가 더 높다.

이 때문에 정액제 사업장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입금액 수준 외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제도 중의 하나가 바로 ‘휴일 타먹기’이다. 오히려 일부 근로자는 월정급여보다는 이처럼 휴일때 벌어갈 수 있는 이같은 비공식적인 근로제도 때문에 이직을 하기도 한다. 만일 ‘휴일 타먹기’제도를 없애면 일부 근로자들은 이 제도가 있는 사업장으로 떠나는 것이다.

실제로 송파구의 Y사업장은 지난해 서울택시노사 임금협정서따라 ‘휴일 타먹기’를 폐지하고 특별승무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가 노사마찰이 생기고 일부 근로자들이 떠나 가동률이 떨어지는 진통을 겪은 끝에 이 제도를 다시 부활했다.

서울택시노사가 맺은 중앙임금협정서를 살펴보면 제16조(승무수당) 제2항에 ‘26일 만근후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과는 별도로 특별승무수당으로 1인1일 1만원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26일 만근 후’ 휴일동안 택시운행 권한을 주도록하는 것은 택시업계의 용어로 ‘책임만근제’라고도 한다.

원래 택시회사는 2명의 근로자가 한 대의 차량을 26일동안 점유해 운행할 경우 나머지 4일의 휴일이 있으면 이 기간동안 스페어 근로자에게 운행토록 해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책임만근제는 1개월동안 2명의 근로자가 한 대의 차량으로 26일분의 입금액을 회사에 무조건 내면 4일동안(1인 2일)은 개인이 벌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책임제’ 또는 ‘통만근제’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휴가없이 26일분을 입금해야하는데다 휴일까지 근무하는 경우는 피로도로 인해 1인이 30일을 전부운행할 수 있는 1인1차처럼 사고확률이 높은 부작용도 따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회사입장에서는 무조건 입금액이 납부되기 때문에 관리의 필요성이 적고 휴가 때문에 차를 운휴할 필요가 없는데다, 근로자의 수급을 용이하게 하는 이점이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차량을 스페어기사에게 내주는 것이 없이 한달동안 두사람이 운행하면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휴일에는 한꺼번에 목돈을 벌수 있거나 평소에 부족한 수입을 보완하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곳은 추정할 수는 없으나 약 정액제 사업장의 70-80%에 이른다는 노조 측의 주장도 있다. 책임만근제보다는 완화된 형태도 있다. 26일을 전부근로하는 것이 아닌 1인이 13일을 휴가없이 근무하면 1일 ‘휴일타먹기’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장은 사고를 내면 안된다는 조건이 붙기도 하고 사고를 고려해 운행시간을 12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도 한다. 12시간 이내 제한하는 사업장은 노사간 갈등을 빚기도 한다.

책임만근제나 일부 책임만근제 외에 본인이 원하면 ‘일요일 타먹기’를 허용해 주는 곳이 있다.

이러한 회사는 일요일을 무조건 쉬는 회사다. 대신 본인이 원하면 ‘일요일 타먹기’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도 사전에 노사합의로 일일 입금액에 3000원정도가 추가적으로 반영된다. 이러한 사업장은 입금액이 다소 높아도 근로자들의 이직률이 적으면서도 사고율이 다소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강서구의 H교통이 이러한 회사다. 이 회사 M상무는 “약 40%의 근로자가 일요일에 타먹는다”며 “근로자 수급에 유리한 면도 있지만 회사로서는 사고가 많이나거나 카드수수료가 발생해 원가가 많이 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휴일 타먹기’는 주로 경력이 짧은 운전자들이 선호해 사고발생을 높인다는 전언이다. 송파구에 위치한 Y사의 G노조위원장은 “일요일 타먹기를 하는 근로자는 보통 주로 2년이내의 신참”이라며 “하루 10시간을 운행해야 하는 택시운전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휴일은 쉬어 주어야 하는데 신참들은 과욕을 부린다”고 말했다.

이상택기자 st0582@gyoton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