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회동에서 ‘플랫폼 택시 시범운영안’을 확정짓지 못한 이유는 ‘택시기사 처우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노조 측은 “카카오와 택시회사 측이 월급제를 무산시키고, 도급택시를 합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택시기사의 지위 문제가 플랫폼 택시 논의에서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 4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3일 ‘혁신형 플랫폼 택시 시범운영안’을 확정짓지 못한 이유는 카카오 측이 법인·개인 택시의 면허를 양도받을지, 아니면 임차할지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택시단체와 한 달 전쯤부터 K7·그랜저(LPG) 차량과 G80(디젤) 차량 각각 1000대, 11인승 이상 카니발(디젤) 차량 3000대를 시범운영하되, 요금은 수요에 따라 현재 중형택시의 80~400%를 받는 안을 준비했다. 물론 해당 안은 국토교통부의 승인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카카오 측이 법인·개인 택시의 남는 면허를 ‘임차’할 경우, 현재 약 10만5000명에 달하는 법인택시 기사의 법적 지위가 애매해지는 데 있다. 이들은 기존 법인택시 회사 소속이면서, 사업 지시는 카카오 측으로부터 받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법인택시 기사를 택시회사 직원으로 봐야 할지, 카카오 직원으로 봐야 할지의 문제가 생긴다”며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차’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법인택시 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법인택시 월급제’ 법안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월급을 줘야 할 사업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택시업계 관계자는 “월급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정작 월급을 받아야 할 택시기사들이 없는 희한한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회사 측은 남는 면허를 카카오 측에 빌려주는 대신 ‘면허 임대료’라는 수익을 얻는다. 

개인택시 측(전국개인택시사업조합연합회)도 향후 감차보상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우선 면허 임대료를 얻을 수 있어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지난 23일 택시 4단체와 카카오 측의 선 규제 완화 요구 공동성명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카카오가 면허를 빌려 손쉽게 이익을 취할 생각만으로 택시회사 측과 택시면허 대여를 몰래 준비하는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월급제를 무산시키고, 지입제·도급택시를 합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카카오 측은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여서 택시기사 고용 형태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