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의    문 

며칠 전 국토해양부에서 안전띠 강제착용에 대한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국회 입법절차가 끝나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하며 마치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택시운전자에게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승객에 한하여 승차거부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안전띠에 대하여 개인의견을 말하자면 정부에서는 안전띠만 매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자동차는 사고의 유형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기억으로 지난 1992년 4월 13일 새벽 3시 승용차가 한강에 추락했는데 안전띠를 매고 있다가 차에 갇힌 2명은 익사하고 튕겨져 나온 1명은 구조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안전띠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 좁은 운전석에 갇혀 생활하는 택시운전사에게는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힘없는 운전사만 달~달 볶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키워준 자동차 재벌회사에 에어백을 의무 장착케 한다든지 자동차를 안전, 견고하게 만들어 어떤 사고에도 차안에만 있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국민의 머리에 인식되게 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에 승차하면 스스로 안전띠를 매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풍토인데 이를 빨리 정착 시키려면 영업용보다 관용이나 자가용이 먼저 시행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자가용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통상 가족관계, 또는 친구로서 운전자의 통제권한 내에 있기에 안전띠 미착용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한 자가용은 보류한 채, 승객에게 아무권한이 없는 영업용차량에 한해 승객의 과실마저 운전사에게 책임을 묻는 법률을 만들어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지우는 것은, 행여 안전띠매기를 국가적 사업으로 해야겠는데 자가용을 소유한 불특정국민에게 책임을 지우려니 정치적으로 부담이 가니깐 만만한 택시운전사에게만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지요? 아니라면 진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안전띠를 절대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것이 법률의 원래취지라면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게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법의 재정이유가 아닙니까? 그런데 착용하지 않은 당사자는 아무런 잘못이나 책임이 없고, 안전띠를 착용하라고 승객에게 요구했었어도 택시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물어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것이 진정 개정 법률입니까?

택시운전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데 정부의 안전띠매기 홍보직원도 아니고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것이 과연 택시운전사 잘못입니까?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법률을 어긴 범인을 잡아야 할 정부는 불특정 다수의 범인들은 방치하다가 범인이 관용, 자가용타고가면 무죄이고 택시를 타고가면 택시운전사만 처벌하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이와 더불어 탁상행정의 표본인 이러한 개정 법률의 부당함을 몇 가지 지적하자면,

(1)승차거부권한을 준다지만 승객보다 약자인 입장에서 승차도 하기 전에 승객에게 안전띠

   를 맬 것인지 안 맬 것인지를 사전에 문의하고 승차시키라는 말인가?

(2)현실적으로 거의 한 시간 이상을 대기하다 겨우 승객 한분 태울까 말까하는데 승객이

   안전띠를 기어코 매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승차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3)일단 승객이 승차하여 안전띠를 매지 않겠다고 시비를 걸거나 억지를 부리면 요금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명령을 할 수도 없겠지만 어떻게 강제로 끌어 내릴 수 있겠는가?

(4)또한 처음부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다면 출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일단 운행 도중에 풀어버리면 실시간 안전띠 착용 유, 무 미확인도 운전자과실인가?

이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에 대하여 정책 입안자는 택시운전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고민하여 보셨는지? 또한 현재 과태료를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무려 350%를 인상하였는데 만약에 물가를 이렇게 단번에 올린다면 아마도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에게는 10만원이 단순한 껌 값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월 100만원도 채 못 버는 택시운전사로서는 생계를 위한 피땀이요 눈물입니다. 그나마 본인이 안전띠를 매지 않아 처벌받는다면 독배라도 마시겠습니다. 그러나 승객에게 고지를 하였는데도 승객이 매지 않았을 경우에 처벌은 너무 억울합니까? 운행 중에도 승객이 안전띠를 풀어버리는지의 여부를 운전자의 새로운 의무사항이라면 승객 감시하랴 어떻게 안전운전을 하겠습니까?

무조건 택시 운전자만 처벌하면 된다는 발상보다 차라리 항공승무원들처럼 택시운전자는 승객에게 탑승 시에 반드시 안전띠착용 고지의무를 부여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따라서 택시운전자가 승객에게 안전띠착용을 고지하지 않았을 때에 한하여 처벌한다면 수용하겠습니다.

끝으로 택시운전사는 국가로부터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보호를 받기는커녕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처벌받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민초로서 살아야 할 현실이 너무나 슬픕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법률을 입안하려 하시는 일부 높으신 정책입안 공직자들에게 부디 재고하게 하시여 피맺힌 민의에 귀기우려 입법을 철회하여 주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6월 14일    건의문 작성자     김   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