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직후부터 북미간 대화와 접촉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천안함 국면’이 ‘6자회담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천안함에 올인 했던 이명박정부만 난처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 국내외 평가다.

지난 9일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채택된 의장성명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으로 마무리됐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후 40여일 넘는 기간 동안 이명박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해 천안함사건을 유엔안보리에까지 끌고가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도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격하되어 버렸다.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북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을 통하여 평화협정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호응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마디로 북과 중국이 ‘6자회담’을 출구로 제시한 셈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2005년 6자선언(9.19공동선언)의 약속 이행’을 거론한 것이다.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북, 중, 미가 6자회담을 합창하고 한국만 외교적으로 소외됐다.

특히 북. 중. 미가 큰 틀에서 6자회담 출구에 합의한 시점이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5월말 미. 중 전략대화(5.24-25일)였다는 사실은 소외의 정도가 매우 심각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결국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된 당일인 9일, 북은 북미장성급회담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미장성급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을 다루기 위한 대좌(대령)급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는 북미간 사전조율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 판문점 대표부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간 대령 급 실무회담에서 북미양측은 장성급 회담을 제안하고 일단 상부와 협의하기로 하고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회담의제를 비롯해 실무적 문제들이 합의된 것만큼 장령급 회담의 성과적 개최를 위해 북 국방위원회 검열단의 현지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2차실무회담이 20일경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북. 미가 사전 조율에 따라 발 빠르게 대화국면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가둬둔 한국은 외톨이로 남겨진 채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 조평통 서기국은 지난 1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때리기에 나서 그의 반북대결정책을 고발하기 위한 죄행록을 발표했다.

북이 남한의 통일부 장관 교체를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을 복구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MB는 6.2지방선거 이후 미뤄둔 당. 정. 청 재정비 과정에서도 통일. 외교. 안보 라인을 거의 교체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천안함 관련 대응이 잘못됐다고 인정해야 하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남북대결에서 대화로 전환하자면 이제까지 대결을 조장한 인물들, 특히 천안함 정국을 주도해온 통일, 국방, 외교 책임자들의 청산해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이제라도 천안함 조작을 인정사죄하고 남북관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