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앞에서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주한미군교역처(AAFES)로부터 사실상 해고를 당한 동두천 드림택시 노동자들이 집회와 거리행진, 항의서한 전달 등을 전개했다.

지난 30일 오후2시 동두천 중앙근린공원에서는 드림택시 조합원 및 경기북부에서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 민주노동당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 규탄집회를 열었다.

드림택시는 이전 ‘아리랑택시’로 주한미군 기지 안에서만 운영할 수 있는 한정면허를 갖고 있는 택시 회사이다. 따라서 미군기지에 출입을 못하면 사실상 아무런 영업을 할 수 없다.

최근 드림택시에 민주노조가 생기고 조합원들이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집회를 미군기지 앞에서 열었다. 그러자 미군기지의 직원 계약을 담당하는 주한미군교역처(AAFES)에서 조합원 40명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 출입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회사로 보내 내쫓은 것이다.

한국 경찰에 신고한 합법집회를 이유로 미군이 해고통보를 한 것이자 한국의 노사 문제에 미군이 사용자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동두천시장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여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에도 ‘반미투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공문을 미군에게 보낸 것이 전부여서 노동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해고 57일을 맞아 주한미군과 회사, 그리고 동두천시장을 규탄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해고가 철회되지 않으면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 광화문 주한미군대사관, 용산 미8군 사령부 등을 찾아가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자리였다.

구수영 운수노조 민주택시본부장은 “동두천에서 전국 택시노동자 대회를 열어 1000명 이상이 집결해 동두천과 미군기지를 들었다놓는 투쟁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송정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아 열사정신 계승은 드림택시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라며 “동두천시청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미대사관과 미8군 앞에 가서 노숙농성 투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혜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송영주 경기도의원, 안소희 파주시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 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드림택시 노동자들은 “미군을 상대로 미군기지 안에서 영업하는 특성상 미군기지 앞에서 회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을 뿐인데 합법적인 집회이자 노조 활동을 이유로 40명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방송차와 현수막을 앞세우고 약 30분에 걸쳐 동두천 보산역 인근에 위치한 미군2사단 본부로 행진했다. 이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기지로 접근하다 일부 참가자가 미군 및 한국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표단은 미군2사단 당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담장 너머로 항의서한을 집어던져 미군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드림택시 조합원들은 정리집회 무대에 올라 미군을 상대로 택시 영업을 하며 겪는 고충, 회사의 열악한 시설과 비인간적인 처우를 질타하며 처음부터 함께 싸워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대해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한민국 헌법과 대한민국 노동법을 화형하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이날 투쟁은 마무리됐다.

과연 회사와 미군이 입장을 바꿔 40명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 노조 활동을 보장하여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될지 아니면 노동자들이 상경해 미국정부와 미군 당국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투쟁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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