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에서 행동과 대화 누군가 엿보고 있다?    //
 
나는 네가 택시 안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공포영화 제목 같은 일이 실생활에서 일어나고 있어 논란이다.
인천광역시 내 모든 법인택시에 감시카메라(블랙박스)가 장착된 채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들어보고자 인천광역시 택시행정팀으로 전화를 넣었다. 사고 처리 기록용이란 답변이다. 승객의 대화내용이나 모습이 기록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자, 확인불가라면서 택시공제조합에 문의해보라고 한다.
 
택시행정팀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연락이 닿은 곳은 택시공제조합이 아니고 택시조합이었다. 앞서 했던 질문을 던지자 역시 똑같은 답변이다. 사고를 대비한 기록용이고, 승객의 사생활기록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 택시공제조합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전화를 걸어 블랙박스의 용도에 대해 묻자 승객의 목소리는 기록되어도 모습까지는 기록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상장치물은 전방뿐만 아니라 후방까지 기록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손님의 모습까지 고스란히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어제(13) 탔던 택시기사 역시 이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승객의 대화와 모습 모두 기록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조심해야 된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내 모습과 대화를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찜찜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버스나 길거리 CCTV는 인정하면서 왜 택시 블랙박스는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택시 블랙박스가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버스와 달리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적인 대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게 바로 택시이다. 사생활침해 논란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블랙박스가 분명 순기능은 있다. 사고가 났을 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승객의 은밀한 사적대화가 기록되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생활침해이다. 그런데도 사건기록용이라고 항변하는 건, 벼룩잡기 위해 초가산간 태우는 격이다. 승객에 의한 범죄는 예방하면서, 왜 택시 기사에 의한 범죄(블랙박스 악용)와 국민의 기본권인 사생활은 보호해주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