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무능한 것이 아니라 대학살을 저질렀다!

“우리는 무능을 넘어 모든 거짓과 음모를 겪었다”

정혜숙 씨는 “이것은 대학살”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 사태가 단지 ‘무능함’ 때문이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역시 가만히 있었을지 모른다”면서, “우리는 무능을 넘어 모든 거짓과 음모를 겪었고, 건져낼 수 있었던 아이들을 시간을 지연하며 건지지 않은 것을 목격했다. 그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4.06.09)

이번에 희생된 단원고 박성호 군 어머니인 정혜숙 씨는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다른 가족들 역시 사고 초기인 지난 4월 19일에 “정부는 살인자다”라고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왜 지금도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 시간대가 오전 8시 50분대가 아니라 사고 전날 밤 10시 경 무언가와 쿵하고 부딪쳤다는 생존자들의 여럿 증언들이 나왔다. 그리고 4월 16일 아침 7시 대에 사고가 났다는 언론 속보를 봤다는 증언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월호가 이미 아침 7시 무렵에 멈춰 서 있었다는 진도 어부의 증언도 있었다. 왜 이러한 증언들은 의도적으로 묵살되고 있는가?

최근 6월 13일 한겨레TV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KFC]는 장동원 생존자학부모대책위 대표와의 전화통화를 공개했다. 장동원 대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고 시간대 보다 빠른 08시 45분에 자신의 딸로부터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그 시간 전에 배가 기울고 식판이 기울어져서 밥 먹기가 불편하다는 전화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09:05분, 09:15분 아이와 수차례 통화했는데, 그날 통화내역이 전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을 캡쳐해 놓았고 진상규명 시 공개하겠다는 말도 했다. 침몰 당일 다른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통화내역들도 삭제됐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고 이후 ‘전원구조’ 오보가 나왔다. 흔히 오보라면 잘못된 정보, 착오 등으로 의도치 않게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전원구조 오보는 이런 의미에서의 단순 오보가 아니다. 11시경 팽목함에 기자로서는 제일 먼저 도착한 목포 MBC 기자들이 세월호 내부에 수 백 명의 학생들이 갇혀 있다고 4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MBC기자회는 이와 관련해서 “MBC의 오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오보”라는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누가 봐도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수 백 명의 학생들이 배 안에 남겨진 채로 배가 거꾸로 침몰했는데 그 시간 대부분의 방송들이 ‘전원구조’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뒤에 밝혀진 일이었지만 관계당국은 사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전원구조’라는 방송자막은 한참 뒤까지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순오보일까요?(MBC노동자를 위한 변명: 어느 해고노동자의 세월호 참사 읽기/강지웅 MBC PD, 해고 노동자, <노동자정치신문 105호>)

왜 정정보도 요청을 MBC 윗선에서는 고의적으로 묵살했던 것인가? 이 대형 오보 사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관계당국은 왜 오보를 모른 체 했는가? 더 나아가 왜 이러한 오보를 내도록 했는가? 결국 이 대형 오보 때문에 생존자에 대한 구조가 지연됐다. 어쩌면 생존자 구조를 하지 않으려고 이러한 오보를 내도록 하지는 않았을까?

침몰 직후 선원들은 국정원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왜 세월호는 국정원에 보고해야 했으며, 처음으로 보고를 받은 국정원은 이 사고와 무슨 관련이 있고, 무슨 조치를 취했는가? 선원들과 선장들은 물론이고 해경조차도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심지어 해경이 승무원들과 선장을 탈출시켜 해경 123정에 탑승시킨 시점인 오전 9시 46분 이후에도 “'대기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안내방송은 이어졌다.”(노컷뉴스, 광주CBS 이승훈 기자, [세월호 참사]재구성된 사고 발생부터 침몰까지, 2014.05.15) 해경은 이후 헬기에서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했지만 선내에서 생존자 중에서 이 방송을 들었다는 사람은 없고, 이 방송조차도 민간 어선인 둘라 에이스호 음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침몰 이후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1시간 여 동안 선내로 진입하여 충분하게 이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았다. 세월호에서 아이들 40여 명을 혼자서 구하고 탈출한 김홍경 씨는 분노해서 이 장면을 자신의 휴대폰 영상으로 남겼다. 김홍경 씨에 의하면 그가 해경이 도착한 뒤에 구한 학생만도 열댓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경은 이 장면을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김홍경 씨는 해경이 탈출 방송을 하는 것도 듣지 못했다고 폭로했다.(허재현 기자, “아이들 끌어올릴 때 해경 구조대는 뒤에서 지켜만 봤다”, 한겨레, 2014.05.02)

정부와 독점적으로 계약한 구난업체인 언딘 기술이사는 자신들은 구조가 아니라 선박 인양을 위해 팽목함에 갔다고 고백했다. 사고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민간잠수사 투입을 막고 구조를 위해 날아온 소방헬기를 돌려보냈다. 해경은 침몰 당일에 정부가 500명 잠수인력을 투입하여 총력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했으나 사실 잠수인력 총투입은 고작 3차례에 걸쳐 16명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해경은 처음에는 세월호와 진도VTS가 교신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다가 13일 만에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음성파일은 2시간 동안 36곳에 걸쳐 편집한 것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로 공개됐다.

침몰 직후에 제일 먼저 세월호에 도착했던 둘라 에이스호와 진도관제센터가 9시 14분 경 교신한 내용에는 “옆에 보트가 탈출하네요.”라는 내용이 있다.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기 전에 이 보트에 타고 있는 사람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 왜 해경은 살인 피의자인 선원들을 모텔로 데리고 가서 재우고, 선장은 해경집에서 재웠는가? 왜 2시간 동안 해경집 근처 CC TV는 삭제돼 있는가, 누가 이걸 삭제했는가?

6월 11일 JTBC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민간잠수사인 신동호 씨는 수색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인터뷰 내지는 발설할 때는 5년 이상의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를 해경이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왜 해경은 전례 없이 이러한 각서를 요구하면서까지 무엇을 숨기려고 했는가?

과연 지금까지 예로 든, 아니 지면상 다 말하지 못한 수없이 많은 이런 일련의 일들이 과연 우연일 수 있는가? 우연+우연+우연… 그렇다면 참으로 희한한 우연의 연속이지 않은가? 이 모든 사안들은 하나로 연관되어 단단하게 묶어져 있다. 필연이라는 말이다. 정부가 감춰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지 무능 때문이 아니다. 무능해서 고의오보를 내는가? 무능해서 구하지 않은 것인가? 무능해서 골든타임을 허비했는가? 무능해서 구조전문함인 통영함을 출동시키지 않았는가?

가족들은 “무능을 넘어 모든 거짓과 음모를 겪었고, 건져낼 수 있었던 아이들을 시간을 지연하며 건지지 않은 것을 목격했다.”고 직접 폭로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거짓과 음모, 은폐와 조작은 단지 정부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살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절규하듯 가족들이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것을 감추기 위해 여론통제에 나서고,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유언비어 유포로 잡아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지 않았는가?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 여러 차례 합리적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의 KFC>에서는 해경간부, 언딘 임직원, 청해진 자본이 유착한 상태에서 실패한 해상보험 사기극이 이번 사고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말이다.

과연 일개 청해진 자본과 결탁한 일부 세력들이 통영함을 출동시키라는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을 두 번씩이나 좌절시킬 수 있는가? 위에서 예로 든 수없이 많은 의혹들을 콘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일 수 있는가? 콘트롤 타워는 누구인가?

수사로서의 사회적 학살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살인 범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의혹투성이지만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하다.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리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우리는 흔히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살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수사적 의미로서 흔히 말하는 ‘사회적 학살’이 아니다. 직접적으로 저질러진 말 그대로의 살인범죄라는 것이다. 살리지 못한 것이라면 무능한 정권이고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은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고의적으로 살리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침몰 이후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구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 학살극을 대대적으로 폭로하며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