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특별호] 제주4.3, 광주5.18, 진도4.16으로 되풀이되는 국가 폭력을 끝장내자!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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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광주5.18, 진도4.16으로

되풀이되는 국가 폭력을 끝장내자!

유채꽃을 시뻘건 피로 물들게 한 제주4.3의 대학살극, 군홧발에 짓밟히고 대검에 찔리고 살해당한 5.18 광주 학살의 만행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국가라는 저 거대하고 잔학한 조직된 폭력에 의해 죽어 나갔던 민중들을 떠올리고 있다.

우리는 오늘 세월이 지나고 지날수록 그 한과 분노, 상처가 아물지 않는 4월과 5월의 한 중간에서 124주년 노동절을 맞이하고 있다. 아주 비통하고 고통스럽게, 치 떨리는 분노를 느끼며 맞이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수백 명의 집단 분향소를 보며 제주4.3과 5월 광주의 대학살극과 집단 추모 제단을 떠올리고 있다. 4.3, 5.18, 4.16에는 국가가 있다. 다시 한 번

국가라는 조직된 폭력집단의 잔학함과 비정함, 거짓과 사기, 위선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가증스럽게도 정부가 나서서 집단분향소를 마련하고 전국적으로 추모 분향소를 꾸렸지만, 그것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할 수 없다. 피눈물을 흘리는 희생자 가족들의 한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총리와 내각 개편 운운하며 기만적인 추모와 사과를 통해 세월호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수백 명의 아이들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고 있고, 아직도 수많은 아이들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수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짓 사과를 하고 추모 운운하며 세월호에서 탈출하려 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언론들은 한통속이 되어 가증스럽게도 추모의 순수성과 경건함을 주장하며 추모를 정치적 선동 기회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 순수한 추모, 비정치적 추모를 떠들어 대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비열하고 정치적인 속셈을 가진 세력들이다. 권력과 자본언론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빠진 추모는 권력의 안정을 위해 조작되고 통제되고 강요된 거짓 추모다. 수백 명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국가권력의 끔찍한 폭력을 보면서 어찌 침묵의 추모에 갇힐 수 있는 것인가?

저들의 구조 대상은 박근혜 정권이었다

세월호 침몰 이후에 정부는 제 발로 살아 나온 사람들을 빼고 아직까지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태를 보면서 도대체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묻고 있다. 이 질문에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은 자본주의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노동자 민중을 폭력으로 찍어 누르고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용산에서, 쌍용차에서, 밀양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국가는 노동자 민중들을 테러진압 하듯 진압하고 심지어는 죽이기조차 하는 고도로 훈련된 특수 부대를 거느리고, 정치공작에 능숙하고 노동자 민중을 감시하는데 첨단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국가 기구는 정보통제와 국민감시와 겁박에는 능숙한 숙련 기구임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정작 어린 생명들을 살리는 데에는 허둥대며 아주 무기력하고 심지어 무책임하기조차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 내부 문건에서 지난 22일 재난상황반을 구성하면서 주요임무로 ‘방송사 조정통제’를 부여했다. 4월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작성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대응 보고를 보자!

◆ ‘14. 4. 16(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유언비어 등 인터넷상의 불법. 유해정보에 대한 대응 현황을 보고하기 위함.

□ 주요 경과 사항

〇 4.16(수),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탑승자 476명)

- 심의위원회, SNS 등 긴급 현황 파악 및 포털 모니터링 강화 요청

〇 4.17(목), 위원회, 방통위, 미래부, 경찰청, 해경 등 공조체계 구축

- 유언비어 현황 조사, 네티즌 자정촉구 보도자료 배포 및 개별 자체 권유

〇 4.18.(금)～, 위원회 24시간 비상근무 체제 실시

- 비하. 차별성, 과도한 욕설, 유언비어 등 매체별 중점모니터링 실시

- 필요 시, 네티즌 자정 촉구 및 사업자 ‘삭제’ 신고 병행

4월 16일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배가 가라앉으면서 수면 아래에서 수백 명의 어린 생명들의 목숨들이 생사를 다투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에 40분 이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구조 방송도 하지 않았고 배안에 갇혀 있는 수백 명의 아이들을 구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피가 마르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세월호는 선수만 남기고 침몰하다가 결국 배 전체가 가라앉았다. 정부는 사고 초기 며칠 동안 물살이 빠르고 시야가 어둡다는 핑계를 대며 실질적인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애초 침몰 당일에 정부가 500명 잠수인력을 투입하여 총력 구조에 나서고 있다는 보고가 완전히 왜곡되어 있고, 사실 잠수인력 총투입은 고작 3차례에 걸쳐 16명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침몰 사고 발생일인 16일부터 그 절체절명의 시기인 18일까지 방통위와 방심위가 무슨 짓거리를 벌이고 있었는가? 이들에게는 위급을 다투는 학생들이 구조대상이 아니었다. 생사의 위기에 빠진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정부였다. 재난의 위기에 빠진 정부를 구출하는 것이 이 다급한 순간에 이들의 진짜 목표였다. 이들에게 구조대상은 바로 박근혜 정부였던 것이다. 위원회, 방통위, 미래부, 경찰청, 해경 등은 총력 공조체계를 구축해서 침몰 위기에 처해 있는 박근혜 정부를 구하려고 구조 활동을 했다.

그들은 수백 척의 배와 헬기를 동원하고, 밤이면 조명탄을 빵빵 터뜨려가며 침몰하는 배 옆에서 언론에 보여주기 식의 구조 쇼를 하면서, 뒤로는 가족들을 속이고, 국민들 눈을 가리고 귀를 멀게 하여 여론을 조작했다.

너희들은 해결자가 아니다

처절한 응징 대상일 뿐이다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 활동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아니 실패가 아니라 저들이 어쩌면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게 아닌지 의구심조차도 가지게 한다. 이쯤 되면 충분하게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살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어린 학생들은 참사를 당한 것이 아니라 참살(慘殺) 당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 정권이 선장과 승무원들을 구속시키고 청해진해운과 세모그룹 자본을 탈탈 털고 있는데 진짜 살인마는 바로 정부였다. 그 정점에 박근혜가 있다. 여기에 이상호 기자가 격분해서 외쳤듯이, ‘개-새-끼’ 같은 언론들이 이 참살의 공범이다. 자본언론들은 통제당한다고 하지만 실은 정부와 끈끈하게 결탁해 있다. 누구의 통제라고 할 것도 없이 스스로 권력과 의기투합해서 알아서 거짓기사들을 써대고, 지배계급의 생각을 여론으로 만들어내는 관보어용지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저들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데에 있어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배계급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라!’

‘모피아 관료들을 척결하라!’

‘부패고리를 끊어라!’

‘총체적 재난 체제 대비 체제를 마련하라!’

세월호 참사의 공범인 자본언론에서는 사전에 입을 맞춘 듯이 하나의 목소리로 이렇게 합창을 한다. 도대체 누가 이것을 하라는 말인가? 박근혜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하라는 말이다. 여전히 박근혜가 해결사다. 해결을 선도하는 중심에 있다. 박근혜에 대한 애착이 눈물겹지 않은가? 박근혜 역시 짐짓 이 요구를 받아 앉는 채 하면서 “과거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積弊)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나도 한스럽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적폐의 중심에 누가 있는가? 이명박의 선박 연령 규제완화에 이어 선박과 해양 안전 기준을 완화한 것이 누구였던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한 달도 안 된 지난 3월 20일 청와대에서 ‘규제개혁’을 위한 끝장토론회를 열어서 규제완화만이 살 길이라고 집단 광란극을 벌인 게 박근혜 아니었던가? 자본언론 역시 덩달아서 이 미친 짓을 부추기고 선전하며 호들갑떨지 않았던가? 이미 외국에서 철도 사유화가 세월호 참사 같은 재앙을 낳은 것을 수차례 목격했으면서도 철도 노동자들을 때려잡아서라도 사유화를 강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박근혜 정권은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물론이고 전체 민중에게 응징의 대상이다.

여전히 숨어서 누군가 찾아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수한 진실들이 있다. 여전히 사고 원인, 사고 시간, 진도 관제센터와의 교신기록, 구조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 등 수없이 많은 사건들의 진상이 묻혀 있다. 아이들이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살리지 못한 것인지, 살리지 않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