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기사]

12시간 일하는데 3시간 20분만 인정

경주 하나택시 '최저임금' 요구하자 사장이 택시 부숴 이정은기자  2013-07-03

택시기사들이 노조를 만들어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자 회사 사장이 해고 통보와 함께 택시 유리창을 깼다.

경북 경주시 하나택시에서 일하는 정준호 씨 등 노동자 4명은 지난 5월 경주지역택시노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회사에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8일 하나택시 최영진 사장은 조합원 5명을 불러 “노조가 요구하는 돈을 줄 바엔 회사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해고를 통보했다. 최 사장은 갑자기 방망이를 들고 와 조합원들이 몰던 택시 유리창을 깨버렸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2010년 7월 1일부터 최저임금 적용을 받아왔다. 최저임금법 제6조에 따르면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임금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택시업계에서는 최저임금법 적용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2~3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편법을 통해 고정급을 줄이고 있다. 택시는 사업장 밖에서 일을 하고 손님을 태우는 시간 외에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실제 노동시간을 따지기가 어렵다. 때문에 임금지급을 위해 노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택시업종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택시업종에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뒤 중소도시 택시업체들의 1일 소정근로시간이 평균 2.15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는 최저임금 시행 전 7.33시간에서, 시행 후 4시간이나 줄어든 3.33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근로시간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정준호 경주지역택시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하나택시도 기존에 있던 노조와 2011년 7시간 20분으로 정해져 있던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20분으로 줄이고 고정급으로 44만 5천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최저임금제가 적용된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도 소정근로시간이 7시간 20분이었지만 고정급은 34만 5천원에 불과했다.

현재 하나택시는 6부제로 1일 2교대 근무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5일간 일하고 하루 쉬는 형태다. 그런데도 하루에 3시간 20분 어치만 고정급을 받는다. 정준호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지역택시노조는 1일 고용노동지청에 하나택시를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 체불로 진정했다.

택시 운전 노동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는 업체를 상대로 실 근로시간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등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