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파견업무 허용시 ‘개판’

조만간 노동부는 택시에 파견업무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그러나 한 번 뚫리면 속수무책, 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1차제니 도급택시니 지입제니 해서 난리데 ‘파견’까지 허용되면 택시자본은 ‘만세삼창’을 할 것이고, 불법경영의 천국이 될 것이 뻔하다.

한번쯤 들어 본 ‘파견법’ -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택시회사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다. 쉽게 말해서 인력업체에서 송출되는 것, 일시적 또는 계절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불안전고용으로 비정규직이다. 이렇게 되면, 택시회사 내에 ‘직접고용’된 사람과 ‘간접고용’된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 택시자본은 쉽게 말해서 해고하기 쉽고 관리하기 편한 파견노동자를 애용하지, 굳이 직접고용할 이유가 없다. 택시사업하기 참 쉬워진다. 불법하기가 그만큼 좋다는 말. 택시노조의 입장에서 보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되고 조합원으로 조직하기도 어렵다.

택시 관련 범죄 증가......밤샘주차 등 단속 어려워

간접 고용된 사람, 택시기사의 임금과 노동조건 등은 파견사업주가 책임을 진다. 회사는 사용사업주로서 별 책임이 없다. 약간의 혼선이 있겠지만, 밤샘주차를 해도 과속을 해도 모두가 파견사업주의 책임으로 돌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택시의 파견업무를 불가능하고, 아니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강제할 것처럼 보인다. 파견된 ‘파견’ 택시노동자에 의해 택시 범죄는 증가할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택시 색깔과 사람얼굴에 파견이라고 써 놓은 것이 아니라면.

물론, 단체협약이나 임금에 있어 불이익을 보므로 파견이 불이익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파견노동자에게 브랜드 택시 승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여 파견이 없어지진 않을 것.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파견 자체를 허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전액관리제는 무용지물......사납금제 처벌 불가

택시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파견업무 허용은 결사코 반대되어야 한다. 파견업무 허용은 전액관리제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공산이 크다. 물론 파견노동자가 전액관리제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처벌받는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행정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역풍을 맞아서 전액관리제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고 사납금제 폐지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택시자본이 기를 쓰고 전액관리제 폐지에 발광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파견업무 허용은 좋은 먹잇감일 수 밖에 없다. 파견노동을 하면서 전액관리제 하겠나? 사납금을 올리고 말고 할 것 없이 제멋대로 계약하고 안되면 그만두고 가거나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될 것. 이직율이 높은 택시판의 파견노동 허용은 고용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다.

노동조합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할 일이 없다.

더 큰 문제도 또 있다. 사업장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단일화와 맞물려, 노동조합이 완전히 무력화될 공산이 크다. 아니, 완전히 자본의 노예가 되는 등 종속의 길로 걸어가게 될 것. 개악 노조법만으로도 노조를 길들이기에 충분한데 파견노동자는 노동조합과 아무런 상관도 없이 그냥 나홀로 택시기사가 될 수 밖에 없고, 조직화의 대상에서 멀어질 것. 직접고용된 사람들이 간접고용된 사람들과 차별성을 내세워서 이들을 멀리하고 내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현장은 양분되고 조직화는 엄두를 못 낼 것이 아닌가. 파견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지? 할런지는 모르지만 어떻던 기존의 조직된 노동조합은 과반수를 점하더라도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될 것이다.

이처럼 파견허용은 무시무시한 천벌이나 마찬가지다. 허용되는 순간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 뻔하다. 경계해야 한다. 아니 결사코 반대해야 한다. 최저임금마저 무력화시킬려고 하는 택시자본이 파견업무가 허용되면 얼씨구나 할 것이다.

택시자본은 으절씨구 하겠지만, 택시노동자는 이 순간부터 지옥길에 접어들게 됨을 명심하고 택시파견업무 허용을 온몸으로 반대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빼앗긴다. 불안정노동, 고용불안으로 내몰려 실업자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택시자본이 이를 노리고 있다. 뒤에서. 그리고 비정규직보다 못한 택시노동자, 진짜로 비정규직으로 ‘공식데뷔’ 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 근로자 파견제도 ; 파견업체가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를, 인력이 필요한 사용업체에 일정기간동안 파견하여 사용업체의 지휘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제도로서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인력활용제(?) → 그러나, 이는 현대판 노예, 인간시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