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망해야 산다”

택시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이야기 되었다. 과잉공급과 불법경영이 해결되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택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해소는 좋은 일자리와 노동기본권과 연결된다.

아무리 택시의 편리성과 취업의 용이성을 강조하더라도 현재, 택시기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 이유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탓이다. 택시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사각지대이며, 사회보험 등에 제대로 가입하지 않아서 취업기피 업종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택시 사업자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잘 알고 있으면서 개선, 시정할 생각을 못한다.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택시기사들에게 사납금제가 있는 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해결할 수 없다. 긴 기간 사납금제 폐지를 위해 투쟁했지만 아직 정액사납금제는 여전히 택시임금구조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많은 택시노동자들은 말한다. 택시는 망해야 산다고. 그렇다, 현재의 택시 위기구조는 사납금제가 유지되는 한 해결이 어렵다. 택시 악의 근원인 사납금제를 없애지 않고선 바른 길을 갈 수 없다. 사납금제는 불법경영의 원천이다. 사납금제는 불법경영으로 이어지고, 불법경영은 사납금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납금제와 불법경영은 공생관계다.

사납금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곧 택시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택시 사업자들은 이를 택시가 망하는 것처럼 흑색선전을 한다. 이것은 곧 사납금제 유지를 통해서 불법경영을 계속하고 이에 맛을 본 유혹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택시 사장들은 불법 사납제를 하고 싶지 않는 데, 택시기사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밖에 없고, 갈 곳이라곤 없는 막장인생들이 꾸역꾸역 모여든 곳이 택시라지만 택시기사가 원하니 할 수 없다는 택시 사장의 변명은 누워서 침뱉기다.

사납금제는 택시기사를 이처럼 순종적으로, 복종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납금제인 택시, 흔히들 자유롭게 일하고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통제된 시스템이 아니라 거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일 하다 보니 이런 착각에 빠지기 쉽다. 상대적으로 개인택시라는 자영업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리. 사납금제와 장시간 노동, 저임금은 택시의 위기, 현재 택시를 망하게 하는 주범이다. 이를 철폐 내지 해소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을 없애기 위해 택시는 망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인택시를 개인택시화 한다고, 자영업으로 만든다고 해서 위기의 구조가 해소되거나 택시 노동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택시가 망해야 한다. 법인 택시든 개인 택시든 모든 택시가 망해야 산다. 역설적이지만 택시가 망해야 택시 노동자가 산다. 자꾸 택시를 살리자고 하면 안된다. 주술처럼, 주 기도문처럼, 하느님 아버지, 오늘 택시가 망하도록 해 주십시오 라고 해야 한다.

망하면 살길이 보인다.

택시는 망해야 한다. 택시가 망한다는 것은 사납금제가 없어지는 것이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이라는 운동속에서 사라지게 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