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와 사납금 인상, 그리고 전액관리제 (2)

불법 사납금 인상은 가능한가.

복수노조든 다수의 노조든, 교섭창구단일화가 전제되더라도 사납금 인상에 따른 노사 및 노노갈등은 어떤 형태로 번질지 예상하기가 힘들다. 솔직히 사납금 인상에 기분 좋을 노동자(조합원)는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사납금 인상은 불법이면서, 임금 및 노동조건의 저하를 필히 동반하기에 어느 누구도 선뜻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택시 자본이 어용노조와 야합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미끼로, 밀실야합 해도, 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한 두어달은 버티고 견디겠지만 솔직히 장기간 야합을 숨길 수도 없고 질질 가면 회사에도 어용노조에도 손실이 있다. 왜냐고? 어용 1명 구워 삶기는 쉬워도 여러 구워삼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고 다양한 입장을 가진, 여러 세력이 있으면 입장을 통일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주 쉽게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납금 인상은 전액관리제와 최저임금제까지 다 맞물러 있기에, 경우에 따라선 더 복잡해 질 수도 있다. 더하여, 교통사고수리비, 배차문제, 유류비, 새차구입 등 한 두가지 문제가 아니기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어용노조와 악질 자본이 야합을 해도 고생하고 없는 승객을 태울려고 피똥을 줄줄 흘리는 것은 노동자다. 이점에 유의해야지.

위기를 기회로

무엇보다도 교섭창구 단일화, 이것에 있어서 어용노조끼리 야합하고, 다시 택시 자본과 음흉하게 밀실에서 주고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창구단일화를 꽉 틀어막고 투쟁대오를 올곧게 세우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끝장낼 수 있는 기회다. 한 사업장 내 소수냐 다수냐, 누가 과반수를 점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결과 조직력, 끈기와 두둑한 배짱으로 다가가면 된다. 소위 깡다구를 갖고 싸우면 된다. 비록 소수라고 해서 실망할 것도, 다수를 점했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없다. 단지, 이 모든 것은 주체역량에 달려 있다.

사납금 인상과 관련하여, 어용-다수 노조가 이를 찍더라도 소수-민주노조가 버티면 불가능하다. 물론 택시자본과 어용노조는 무슨 이유을 달아서라도 강행하겠지만 그래도 일부가 못 하겠다고 버티면 별 수 없지 않을까. 비록 최저임금 쟁취나 임금인상까지 못 가더라도 불법 사납금 인상은 막아야 한다는 현장정서를 잘 활용하면 기존대로, 근로조건의 저하나 악화없이 그냥 할 것 하면 된다. 이 경우 1차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1차제와 바꿔 먹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들은 교섭창구단일화를 분쇄함과 동시에 사납금제 폐지 등을 요구조건으로 관철, 쟁취해야 한다. 그저 교섭창구 단일화만 가지고 투쟁을 벌여선 안된다. 현장에서 몸소 실천속에서, 교섭창구 단일화가 얼마나 족쇄이고 악법인지를 느낄려면 수세적인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아주 공격적으로 싸워야 한다. 그럴 때, 노동조합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