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와 사납금 인상, 그리고 전액관리제 (3)

1차제와 격일제, 그리고 1일 2교대제 노조?

근로형태 또는 근무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 노조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1차제를 무조건 틀어막고 격일제와 1일 2교대제로 양분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소한 1차제는 어떤 경우라도 막아야 한다. 이것을 그냥 두면 택시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기업별노조, 기업별에 국한된 산별노조, 실패한 산별노조로선 택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없다. 그대로 두면, 어용노조들은 1차제 노조로 전락하고 동시에 노동조건을 저하,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여기에 우리가 복수노조를 우리식대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악랄한 택시자본은 온갖 형태의 개별근로를 도입, 마음껏 착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용노조와 야합해서 임금이 없고,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마음대로 택시판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것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여기에 노동조합이 말려들면 택시 노동자는 필히 망한다. 1차제 노조의 성행과 사납금제의 유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1차제를 비롯한 어용노조의 모습은 어떠할 것인지 뻔히 내다보인다. 지금까지의 택시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1차제 노조가 빠르게 확산되면 택시 노동자의 임금 저하, 고용불안, 장시간 노동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불안정 노동으로 말미암아 노조조직율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다시 말해, 노조의 힘은 약화될 것이고 악질 택시자본의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마음대로 근로계약을 하는 이상, 누가 노동조합을 할려고 할까? 지금도 순항식 영업으로 개인화, 통제 밖의 영업......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복수노조와 잘 연결해서 사납금제 폐지, 최저임금 확보 등 당면한 요구들을 쟁취해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이다. 그러나 사업장 내 및 사업장을 뛰어넘는 복수노조는 필요로 하다. 우리가 원하는 노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튼튼히 갖춘 것이어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등 단결권마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3권이 아니라 2권, 1권마저 빼앗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행 법에 따른 복수노조의 시행은 자칫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세적이기 보다 공세적으로, 기형적인 복수노조를 통해서 온전하고 새로운 노조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노동악법 철폐투쟁도 열심해야죠)

최저임금 요구는 1월부터 시작해야

전액관리제에 대한 콤플렉스는 있다. 나홀로 가정, 홀애비(?), 고령화된 조합원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전액관리제 운운하면 지레 겁부터 먹고 손해보는 것 아닌가 우려한다. 신불(신용불량자)이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 월급을 제대로 못 받을바에야 차라리 하루 벌이 먹는 것이 헐 낫다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액관리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최저임금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저임금과 전액관리제, 이 두가지는 임금체계 개편과 깊은 연관이 있으므로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복수노조와 상관없이 최저임금 쟁취와 보장은 택시노동자의 당면한 과제다. 이를 보지 못하고 어문 사납금 교섭을 하는 곳엔 반드시 복수노조가 필요하며 복수노조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면서 끈질기게 투쟁해야 한다. 솔직히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하지 않다도 될만큼, 철지난 유행가인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최소한의, 법에 보장된 최저임금 86만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쪽팔리고 노동자로서 볼짱을 다 본, 막장인생이나 다름없다. 복수노조를 계기로 해서 최저임금 쟁취를 되살려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거대한 장벽, 악질 자본의 탄압이 있더라도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반드시 쟁취되어야 한다. 여기에 복수노조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투쟁하기 나름이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주체역량을 강화한다면 투쟁의 방향은 확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