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택시업계의 사납금 제도에 떠밀려 유명무실화된 전액관리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청주지법 과태료 전담 이수현 판사는 9일 청주시로부터 전액관리제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청주지역 법인택시업체 21곳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법이 정하는 전액관리제의 시행 여부는 노사간의 협의에 의해 정할 수 없는 것으로 청주시의 과태료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1조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로부터 받은 운임이나 요금의 전액을 납부받아야 한다'며 전액관리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판사는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도입된 전액관리제 규정을 택시업계의 관행 등을 이유로 사문화(死文化)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또 "전액관리제의 시행은 관련 기업의 경영투명성 확보, 택시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 등의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시는 지난해 5월 30일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법인택시업체 21곳에 각각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전액관리제 시행 여부는 노사간 협의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며, 현재 전액관리제를 실제로 시행하는 택시사업자가 거의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과태료 부과 처분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어진 약식재판에서도 패소하자 지난해 7월 재차 이의신청을 통해 과태료재판을 청구했다.
이들 업체는 현재 1심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 즉시 항고한 상태다.
택시업계에는 운전기사가 하루 총 수입금 중 책임 수납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개인 수입으로 챙기는 이른바 '사납금'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납금이 과속운전, 불친절, 승차거부 등의 원인으로 지적되며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정부는 1994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택시사업자가 운전기사로부터 운송수익금 전액을 입금받은 뒤 정해진 기한에 월급으로 되돌려 주는 전액관리제를 도입했지만 경영상 이유를 들어 택시업계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는 사이 단속권을 가진 행정기관조차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업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청주시 역시 전액관리제 위반으로 택시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