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월차 통폐합 문제없나?

택시회사와 사업자의 일방적 방침에 따라, 년월차가 통폐합되는 나쁜 선례가 정착되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이라고는 하나, 솔직히 년월차 통폐합만 이루어졌지, 주40시간(혹은 주5일 근무) 적용은 택시회사의 시행조치에서 빠졌다는 뜻이 된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개정 근로기준법의 핵심은 주5일 근무제다. 즉, 1주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년월차만 통합한 것이 온당한 조치인가.

- 주 40시간 시행 이전

1년간 개근하면 10일, 9할 이상 출근하면 8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한다. 2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게는 1년을 초과하는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 주 40시간 시행 이후

1년간 8할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한다.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근로년수 매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또한 휴가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따라서 주40시간 시행 이후, 월차유급휴가제도는 폐지된 것이다. 문제는 주40시간 시행을 하지도 않으면서 월차유급휴가는 폐지해 버린 꼴이 되었다. 주40시간 시행을 전제로 월차유급휴가를 없애고 년차유급휴가로 통합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40시간은 온데간데 없고 휴가만 축소된 것.

그 피해는 고스란히 택시노동자가 본다. 택시사업자는 주40시간도 하지 않으면서 월차휴가를 없애는 등 경제적 이익을 보게 되는 것. 한 마디로, 일은 뭐 빠지게 하고 월차만 없앤 꼴이다.

당장에 시정해야 한다. 택시회사는 주40시간은 도저히 시행할 자신이 없는 데 그냥 있기는 뭐 하니, 월차유급휴가를 없애는 것. 그것은 개정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따른다면서. 택시회사의 입맛과 구미에 맞는 것과 이득이 되는 것은 개정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면서 주40시간 도입은 외면한다. 왜일까?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40시간 근로만 규정할 뿐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주일 1회의 유급휴일을 주는 주휴수당도 마찬가지다. 개정 근기법은 주40시간만 규정할 뿐 토요일 휴무 여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개정 근기법에 따라 주40시간을 일할 경우 임금을 인상하거나 주어진 여건을 한정할 경우 먹고살 생존의 문제가 전혀 해결될 수 없다. 특단의 조치가 이행되기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주40시간으론 택시 임금은 해결되지 않는다. 한정된 지역, 날로 줄여드는 승객, 늘어난 택시의 공급, 폭등한 엘피지 가격, 여기에다 주40시간 근무한다?

여기에서, 택시회사의 꼼수가 나온다. 현실적 여건에선 불가능하니까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은 애써 외면하고 년차유급휴가로 통합해서 불로소득은 맛보는 것. 한마디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드라큐라가 아닌가 싶다. 흡혈귀가 따로 없다. 혼자 살기 위해 발버둥칠 뿐 근로시간 단축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그것을 악용하는 데 이골이 나 있을 뿐이다. 물에 빠진 자식을 외면하고 자신만 살겠다는 밖으로 기어나오는 비정한 애비와 무엇이 다른가?

주40시간은 외면한 채, 월차를 없애는 데 혈안이 되어버린 택시의 현실. 택시노동자의 생존권은 외면한 채 개정 근기법을 지키고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택시사업자가 있는가. 당장에 시정하라. 주40시간 시행을 하면서 월차를 없애는 것이 개정 근기법이고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주40시간 시행을 못할 바에야 월차를 없애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둘 다 하거나 둘 다 못하거나 해야지, 어느 하나는 취하고 어느 것은 버린다면 개정 취지에 맞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좌시하지 않겠다. 원상회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철퇴를 맞을 것이다. 개정 근기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든지, 아니면 택시에 맞는 주40시간제를 시행해야지, 대책도 없이 개구녕으로 도망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