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엘피지) 회사부담을 수용하라.

곧 이명박 정부에 의해 택시 엘피지 특별소비세가 없어질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의 만장일치 노력으로, 그리고 민주노조진영의 힘으로 현 택시위기 국면을 극복해 보자는 의미에서 매우 값진 것이다. 물론 세금을 줄인다고 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반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 택시만 해 주느냐는 형평성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택시를 살릴 처방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이고 선택이다.

다 아는 것처럼, 택시 엘피지 특별소비세 없앤다고 택시가 갑자기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지금까지 택시 운행에 필요한 엘피지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가다. 보통의 경우 택시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운전자가 전부 부담하거나 더 많게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 택시가 처한 현실이다.

택시 엘피지 특소세 면제는 당연한 조치이면서도 당장의 궁핍함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여기에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가서 유류비용 전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것을 강제해야 한다. 준공영제는 정부의 몫이지만 차량운행에 필요한 유류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는 노사가 해결해야 하며, 당연하게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이러한 불법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운전자 부담을 회사 몫으로 변경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 관행처럼 굳어버린 이 문제를 이번에 해결해야 한다. 언제까지 유류비용을 운전자가 부담할 수 없는 노릇아닌가. 회사에 일하러 오는 사람이 빈 몸뚱아리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논리다. 일하는 공장에서 옷도 주고 밥도 주고, 학자금도 주고, 원료나 재료를 주고 생산품을 만들는 것이다. 그런데 택시는 이러한 원료나 재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운전자가 부담토록 한다.

이것이 관행이라고 하기엔 어처구니 없는 현실아닌가. 신발 만드는 공장에 신발 밑창은 노동자가 집에서 가져오고, 끈은 사장이 가져오고 하지는 않는다. 유류비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처리비나 차량수리비의 일부도 운전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헌 차량을 새 차량으로 교체할 때도 이 비용의 일부를 운전자가 내도록 한다. 그러니, 택시노동자가 한 달 일해서 집에 가져가는 실질 임금은 엄청 적고, 손실임금은 매우 크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집에 있는 돈을 회사에 갔다주는 꼴이 된다.

이번 기회에 유류비 전부를 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린 영원한 패배자가 될 것이고 사업자는 차량운행에 필요한 기름값도 주지않는 악덕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