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건비 등 모든 지출 비용 정보 요구
총 매출서 지출 빼야 ‘임금 가이드 라인’ 선명
기사처우 개선방안 놓고, 노사정 ‘합의문’ 제시

서울택시요금 인상이 택시 운송수입금 확인시스템(이하 시스템)과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이라는 과제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시는 먼저 시스템을 통해 택시업계의 총 매출 파악엔 성공했다. 하지만 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적정 ‘임금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인건비, 보험료 등 각종 부대 비용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매출에서 총 지출을 빼야만 기사들의 적정 임금 수준 가이드 라인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시도 이를 근거로 택시 요금 인상 시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택시업계 관계자 “시스템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실행하는 조사이다보니 지출도 파악해야겠다는 계산을 미처 계획하지 못한 듯하다”며 “시스템을 통해 택시 문제가 다 해결될 줄 알던 시가 제법 당황한 눈치”라고 밝혔다. 다행히 시는 택시사업자들의 협조를 받아 지출 비용 자료를 넘겨받은 상황이며 운수종사자 처우개선 연구 용역을 추가 진행 중이다.

시는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과 택시업체 경영합리화 연구가 마무리되면 요금 인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먼저 기사들의 임금 조정은 노사간 단위교섭으로 진행되는데, 이 임금 협상 자리에서 시가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어떻게 담보해주느냐를 놓고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맺는 연봉협상계약에서 시가 제도적으로 제한을 둘 만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노조에서는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 요금 인상은 반대하고 있다.  요금이 인상된 몇 달 후 사납금만 올라가면 기사들만 힘들다는 취지에서다.

셋째로 시는 노사정 ‘합의문’을 통해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택시업계 관계자 “최근 시와의 회의에서 노사정 합의문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요금을 인상하면 기사들의 처우도 몇% 이상 높이자는 공동 선언문 비슷한 것인데, 법적 영향력이 아니라 도덕적 영향력만을 지니고 있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택시업계의 요금 인상 요구도 거세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지난 25일 시청 앞에서 삭발식으로 취임식을 대체하며 5월까지 요금을 인상할 것으로 요구했다. 특히, 요금 인상을 하지 않을 시 5만명의 조합원을 동원해 박원순 시장의 재보선을 막겠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택시회사, 택시노조, 개인택시업계에서 요구하는 요금인상 조건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