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이대로는 안된다
′대리운전 이대로는 안된다 ′<상>
대리운전 기사가 ‘갑’ 고객은 ‘을’…웃돈 안주면 경찰에 신고?
대리기사, 음주운전자에 골탕, 사고나면 책임도 안 져
전국 대리운전 업체 8000개. 대리운전자 15만명. 하루 이용건수 70여만건. 최근들어 대리운전 업체와 기사 수가 증가하며 자연스레 소비자 피해사례도 늘고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쌀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술을 마시고도 자기 차로 귀가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이용자가 늘면서 대리운전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배짱영업을 하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피해접수도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342건에 불과했던 대리운전 피해 건수가 2011년 9월부터 2012년 8월 사이에 438건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대리운전 업체의 인지도만 믿고 차 키를 맡겼다 업체의 나몰라라식 대응에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지식이나 보험 가입 없이도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대리운전기사로 활동할 수 있어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게 현실. 이에 본지는 대리운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 등을 알아본다.
아시아투데이 정필재 기자, 윤호 기자 = # A씨(경기도 부천)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후 1만원을 주기로 하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차량이 집 근처에 들어서자 대리기사는 1만5000원의 요금을 요구했다.
A씨는 실랑이 끝에 1만원을 주고 대리기사를 돌려보냈고 집까지 200여m를 운전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A씨가 차량을 주차장으로 몰고 있는 순간 갑자기 경찰이 나타나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혈중 알코올농도 0.062%. A씨는 100일 운전정지와 함께 100만원의 벌금을 냈다.
# C씨(서울 용산구)는 지난 3월 대리운전자가 주차 중 접촉 사고를 내 차량 범퍼 부분이 손상되는 일을 당했다. 사고 당시 C씨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수리를 약속받았지만 이 기사는 회사를 떠난 뒤 C씨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결국 C씨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차량을 수리했다.
음주운전자들이 차량을 안전하게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이용하는 대리운전자들이 차주들에게 웃돈을 요구하며 압박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대리운전자들이 음주 운전자를 골탕 먹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야간 대리운전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대리운전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배짱영업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 유형은 △대리운전 업체의 부당행위 △요금시비 △보험처리 보상 관련 등 다양하다.
심지어는 웃돈 등을 요구하는 대리기사가 차주가 실랑이를 벌이다 대리기사가 차량을 방치한 채 도주한 뒤 운전하는 차주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에서 음주운전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 가운데 대리기사을 부르고도 단속에 적발된 사람은 항상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리운전기사가 사고를 내면 누구 책임일까? 대형 업체에 등록된 대리운전자의 상당수는 영업을 위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실상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운전자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차량 운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공단에 따르면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리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리운전을 부른 차주가 보상을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행법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차주 또는 운전자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대리운전사고에도 피해자 대부분은 신분이 확실한 차량 주인에게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운전자가 저소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다 일부는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의무 회피를 위해 연락을 끊고,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리운전기사는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일하는 대리운전자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월 150만~2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기사의 수익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금액에서 3000원 가량을 등록업체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가져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택시운전보다 대리기사의 수익이 더 많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리기사 B씨(50)는 “과거 택시를 운전할 때 한 달에 150만원 벌기도 빠듯했었다”며 “대리운전을 하니 150만원 벌이는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수익이 없는 것으로 표시돼 세금도 낼 일이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대리운전자는 평일 직장에서 일하고 야간에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야간에 번 ‘제2의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무당국은 법체계 미비로 미대리운전업체와 대리기사 등에 대한 세금부과가어렵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의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 업체나 탈세 방법 등에 대해 제보가 접수되면 단속을 실시하지만 유령 대리운전업체 등에 대해서는 단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rush@asiatoday.co.kr, yoonlcp@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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