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3/09/23

ㆍ조회: 1819

택시요금인상과 서비스개선, 택시기사의 실제 '돈벌이'가 문제다

서울시가 심야택시를 도입한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역 앞에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뉴스1

밤 12시 서울 종로거리. 구청 단속 요원이 두팔을 벌려 택시 앞을 가로 막았다. 다른 요원이 재빨리 조수석에 올라탔다.

"밥 먹느라고 잠깐 불 꺼놓은 게 죄냐고!". 기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왜 승객 가려 태워요?". 요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택시는 빈차등을 끈 상태로 승객에게 접근하던 참이었다. "이거라도 타겠다는데 단속해 버리면 집에 가지 말란 소리예요?". 승객도 싸움에 가세했다. 난장판 뒤로 빈차등을 끈 '빈차'들이 줄줄이 지나갔다.

택시 승차거부 양상이 진화하고 있다. 택시 문을 잠근 채 승객에게 목적지를 확인하는 방식은 고전이 됐다. 최근에는 빈차임을 알 수 없도록 모든 등을 꺼버린 '위장택시'가 대세다. '빈차등'은 켜 있지만 '갓등'은 끈 언밸런스 택시나 빈차등 바로 옆에 '예약등'을 하나 더 다는 눈속임 택시까지 등장했다. 모두 단속 대상이다.

◇"기름값도 안나와"...'승차거부'의 진화

20일 서울시 교통불편 신고에 따르면 승차거부 민원은 5년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1만3335건에서 2012년에는 1만6699건으로 늘어났다. '장기정차 여객유치'나 '불친절' 항목도 5년동안 감소할 기미가 없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비스 불만을 요금인상과 연계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13일 서울시의회는 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상향하고 거리당 요금도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추석 이후 열릴 24일 물가대책위원회 심의절차를 거치면 최종안이 확정된다.

도시교통본부 담당자는 "요금인상과 더불어 택시 서비스 개선이 담보돼야 한다"며 "7월에는 택시회사에 금액이나 안전, 청결과 관련된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요금인상을 확정하기 전 승차거부 강력 단속 등 내용을 담은 '택시서비스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기본요금이 600원 오를 경우 기사들의 임금소득이 23만~24만원 정도 상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송수입 인상분 가운데 70~80% 정도가 택시 기사의 처우용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요금인상도 됐으니 택시 업계가 자구노력을 통해 서비스 질을 개선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다"며 "서울시가 타 지방과 달리 1년 가까이 요금 인상을 끈 건 업계에 확실한 서비스 개선을 요구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실제 '돈벌이'가 문제, 요금인상과 서비스는 별개

택시 업계의 계산은 다르다. 치솟는 유류세 등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요금인상은 서비스 개선과 별도로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서비스 개선과 관련해 몇 가지 안을 내놓긴 했지만 종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며 "문제는 정책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요금 인상이 택시 회사와 개인택시 영업자에게는 유리할 지 몰라도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는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요금이 인상되는 만큼 법인택시 기사들이 회사에 내는 사납금도 오르기 때문이다.

요금인상이 예정되면서 지난달 법인택시 노사는 현재 하루 11만원인 사납금을 향후 13만5000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사납금이 하루 2만5000원 더 오르면 한달에 65만원을 추가부담하게 된다.

민택노련 관계자는 "요금인상안에 따르면 기사들의 한달 임금은 50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사들이 이윤을 내기 위해 운행 거리를 늘리면 그만큼 유류비도 증가해 부담은 여기저기서 더 는다"고 지적했다.

요금 인상분이 택시기사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한 '손님 골라태우기' 관행도 멈추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기사들이 사납금을 내지 않는 '전액관리제'나 기본요금 가운데 일정 분량을 택시 기사의 몫으로 하는 '정책요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갖고 택시 대중교통 편입 등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한 택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택시기사들이 생활이 안정될 수 있을 정도로 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개선은 요원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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