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오재경씨가 2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동 쌍문근린공원에 있는 송전탑에 올라 사납금제 폐지와완전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씨는 이날 오후 가족들의 설득으로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내려왔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요금 올라도 사납금까지 올라 죽게 생겼다” 택시기사 “월급제 시행” 철탑시위

50대 남성 쌍문동 송전탑서

23일 경찰의 설명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택시기사 오재경(52)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쌍문근린공원에 세워진 33ｍ 높이의 154㎸(킬로볼트) 송전탑의 지상 20ｍ 지점에 올라 “요금이 오르면 기사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줄 알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사납금이 올라 기사들이 모두 죽게 생겼다. 월급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고공시위를 벌이던 오후 1시께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월 정액급여를 현재 120만~13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올려준다고 하는데, 생색내기일 뿐이다. 사납금이 오르면 택시기사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며 “10년간 택시일을 하면서 1년에 6일 정도 쉬고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 월 200만원 정도 벌었는데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15일 사납금 제도를 없애지 않고 있다며 박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사납금 제도는 여객운수사업법 취지에 어긋나지만 260여개 서울시내 택시회사 대부분이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2일부터 3000원으로 인상됐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와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다음달부터 사납금을 현재보다 하루 2만5000원(한달 65만원) 인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오씨는 자신의 ㄱ택시회사에 현재 사납금으로 주간 근무의 경우 10만5000원, 야간의 경우 12만5000원을 내고 있는데, 택시 요금 인상 이후 회사가 사납금을 3만원 이상 인상할 것을 우려했다.

오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 소방관과 가족의 설득에 따라 소방대원 2명과 한전 직원 2명의 도움을 받아 이날 오후 1시50분께 철탑에서 내려와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병원에서 회복하는 대로 오씨가 왜 철탑에 올랐는지, 한전이 입은 피해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서영지 기자 abc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