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황정현 기자 = 충북 청주에서 도급제 택시운전기사가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한 사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한 때 교통무질서를 유발해 문제가 됐던 도급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29일 취업사실을 숨기고 실업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사기 등)로 택시운전사 박모(50)씨와 택시업체 관계자 김모(45)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실직했다고 속여 3천600만원의 실업급여를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자신이 다니는 택시회사의 전무 등과 짜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 퇴직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불법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허술한 근로계약 때문이다.
운전자가 하루 7만원~10만원의 사납금을 내고 월급은 받지 않는 이른바 '도급제'는 운전자와 운수사업자가 형식적인 근로계약만 맺으면 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
따라서 도급택시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4대 보험을 생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택시업계의 전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도급택시 운전기사는 마음만 먹으면 택시업체 운영자와 짜고 실직증명서를 가짜로 꾸며 자신을 실업자로 만들 수 있다"며 "적발되지 않은 택시운전사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급택시의 문제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왔던 것이 '교통무질서'를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채용 절차가 형식적이다보니 전과자나 신용 불량자 등 무자격 택시 운전자가 손쉽게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고, 이 때문에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무시,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마저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청주에서는 선배가 도급받은 택시를 대리 운전한 10대 무자격 기사가 승객 사망 교통사고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주시는 이에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4대 보험을 들어주지 않거나 이를 기사에게 전가하는 행위, 법인택시조합에 입사 보고를 하지 않는 행위 등을 도급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등 관리감독에 나섰다.
또 지난 3월부터 불법 도급택시를 근절하기 위해 불법행위 신고 시 10만~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불법 도급택시에 대한 시민의 제보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