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실시간택시관리시스템으로 사납금제 원천차단계획
"설날이요? 죽어라고 택시 몰아도 얼마 버는데요"
택시기사 "사납금제 없애고, 정액월급제 도입해야"
국토부 '택시 실시간 관리시스템' 구축…사납금제 원천차단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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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즐비하게 대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 "휴일도 명절도 없이 택시 몰아봤자 사납금 채우고 나면 돌아오는 건 하루 몇 만원뿐이다."
서울택시 서비스 혁신 및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지만 정작 택시기사들은 여전히 아우성이다. 덩달아 법인택시 기사들의 사납금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2만5000원 인상돼 사납금 채우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을 인상했으니 주머니 사정이 나아져야할 것 같지만 하루 운행수입 중 일정금액을 떼어 회사에 내야하는 사납금이 더 올라 오히려 사정이 힘들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역에서 만난 법인택시 기사 이모 씨(56)는 "기본요금 올리면 택시기사들 어려움이 다 해결될 것처럼 설레발치더니 택시기사들은 오른 사납금 채우랴 (요금 인상으로) 확 줄어든 손님 찾아다니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LPG 가격 상승으로 얼어붙은 택시업계는 얼마 없는 손님마저도 서울시 심야버스와 늘어난 대리운전에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하소연했다.
이씨는 "특히 출퇴근 손님조차 없는 주말의 경우에는 태울 손님이 없어 사납금도 못 채우고 아까운 가스만 길거리에 뿌리고 다닌다"면서 "택시기사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운전이 아니라 손님 찾아 헤매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이러한 사납금 압박이 택시기사들을 승차거부나 난폭운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실정에 대한 토로도 나왔다.
40대 법인택시 기사 구모 씨는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쉬지 않고 일해도 14만원에 가까운 사납금을 채우는 날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단거리 기본요금 손님보다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승차거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사납금제 없애고, 정액월급제 도입해야"
기본요금·사납금 인상 전보다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택시기사들의 민원과 함께 계속해서 제기되는 주장이 '사납금제 철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에도 여전히 불법으로 횡행하고 있는 사납금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강변역에서 만난 법인택시 기사 김모 씨는 "불법인 사납금제를 없애고, 정액월급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근무시간 기준을 정해 공무원이나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그 시간동안만 택시를 운행하게 하면 택시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감차효과가 생기고, 법으로 월급을 보장하면 저절로 친절하고 안전한 택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또한 현재 택시기사들의 처지는 '사납금 채우러 다니는 앵벌이'나 마찬가지라며 "사납금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십 년 반복되는 택시업계의 고질병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택시 실시간 관리시스템' 구축…사납금제 원천차단 계획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사납금제를 원천 차단하는 관리시스템을 오는 2015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부터 '택시 운행정보 실시간 관리시스템'으로 택시회사의 수입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택시회사가 기사로부터 사납금을 받는지 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했다.
국토부측은 "지난 1994년 도입된 전액관리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시행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어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관리시스템 도입으로 불법으로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사납금 제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택시업계는 "전액관리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택시회사의 발목에 쇠고랑을 채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서울 송파지역의 한 법인택시회사 관계자는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액관리제는 회사도 택시기사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미터기에 찍힌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전액관리제가 도입되면 그만큼 국가에서 세금으로 떼어가는 비율도 커지고, 결국 택시기사에게 돌아가는 월급은 사납금제보다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인택시회사 측은 "정부가 기본요금만 인상해주면 택시기사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는 계산에서 어긋나자 모든 문제를 힘없는 택시회사 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래 저래 택시서비스 상승과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택시요금 인상은 당초 목표에 근접하지도 못한 채 회사나 기사, 승객들 불만까지 가중시키는 결과만 낳은 것으로 보인다.[데일리안 =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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