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규제에도 "택시와 우버가 공존하는 시대로 갈 것" 전망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지난달 혼잡하기로 악명높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승객 픽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생계를 위협받은 시카고 택시 운전사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시카고의 관련 규제는 택시나 리무진 서비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영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항 당국은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차와 승객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카고 시의회는 지난 5월말 표결을 통해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공항 등에서 영업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대중교통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가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저렴한 대안이 된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택시 기사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택시를 이용해야 할 승객들이 우버 등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영업이 안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주로 이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택시 기사들은 문화적 차이, 언어장벽 등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카고의 택시기사 캐런은 일주일에 70시간 정도 운전해도 차량 임대료와 기름값을 제하면 가져가는 돈은 연간 2만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최저임금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카고 택시요금은 유류할증료를 제외하면 9년간 정체상태다.
이에 시카고 등의 택시 기사들이 주축이 돼 전국적 차원의 택시 기사 노조 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단순히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을 막는 차원을 넘어 수년간 정체돼 있는 요금 인상과 택시 회사에 대한 교섭권 강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원 1만7천명으로 미국에서 택시 기사 노조가 가장 잘 결성된 뉴욕시의 택시 노조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이에 힘입어 필라델피아와 마이애미, 휴스턴, 오스틴 등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차량을 택시 업체에서 임대하는 자영업자로 등록돼 가격 담합 등을 할 수 없는 등 발목이 묶여있지만, 노조를 결성한 뒤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각종 벌금을 깎는 등 성과를 얻어왔다.
뉴욕에서는 여성 노동 운동가 바이라비 데사이의 지휘아래 1998년 수천명의 택시 기사들이 파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노조를 만들더라도 변화하는 기술 자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버지니아주 교통국에서 우버 등의 손님끌기 행위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버 운전자와 택시가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