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택시기사 몸값 천정부지 

예비후보들-택시업계 거래 / 광고받고 손님에 여론형성

선관위 “혐의 잡히면 처벌”

“현 시장은 정치 감각이 없는 데다가 행정력도 떨어져서 영….”

택시기사 K씨가 손님들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K씨는 이어 자신의 견해에 동참을 호소라도 하는 듯 운전 내내 줄곧 현 시장을 비판했다. K씨가 손님과 말을 하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30분, 보통의 택시 기사들이 승객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평균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택시기사들은 손님들을 상대로 정치, 시사 등의 이야기를 메뉴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택시기사들을 소위 ‘달리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부르는 이유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둔 요즘 단체장 예비후보들과 택시업계의 은밀한 뒷거래에 택시기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시장 출마를 예상하고 있는 A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근 택시회사에 수천만원을 들여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이미지 광고를 냈다. 평소 광고비보다 배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택시기사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또한 자신은 물론 직원들까지도 차 대신 택시 타기를 권장하며 자신을 홍보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택시비에서 잔돈은 받지 말라고 교육했다는 전언이다.

현직 단체장의 경우도 택시기사들에게 공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B시의 경우 택시업체(개인택시는 운전자회)와 간담회를 열어 부정적인 마인드에 변화를 시도하고 축제 홍보 시 래핑광고를 통해 홍보비를 지원 중이다. 이 지자체 공무원들은 택시 안에 시정홍보 소책자를 비치해 줄 것을 권고하는 등 택시업체를 상대로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의 역점 추진 사업이 평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택시회사는 지자체의 래핑광고 단가를 높이고 택시 노조의 경우 지자체나 예상 후보자들 찾아가 찬조금을 요청하는 일이 다반사다.  

취재 중 만난 한 택시업계 노조원은 “택시기사가 얘기를 부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뒤바뀔 수 있으며 실제로 정보에 어두운 시골사람들이나 노인들을 상대로 한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낼 경우 그 결과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역시의 경우 택시 수는 1일 평균 7만여대가 운행 중이며 택시 승객은 1일 40만명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을 이용한 사전 선거운동의 경우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혐의점이 포착되면 후보자나 택시 관계자 모두가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