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택시 연료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올초 정부의 연료다변화 정책으로 CNG와 디젤 택시 출격이 눈앞으로 다가왔으나 경제성이나 환경성 문제로 LPG의 아성만 확인하면서 연료 전쟁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차량업계가 다시 불씨를 지핀 것. 도요타는 하이브리드모델을 출시했고, 르노삼성과 현대기아차는 기존 디젤 모델의 택시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포화상태에 빠진 중소형 차량 시장에서 연료 사용량이 많고, 차량 회전율도 높은 택시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 경쟁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한 경쟁에 돌입한 택시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 택시 시장을 둘러싼 연료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LPG충전소에서 충전을 기다리는 택시들.

국토부 연료 다변화정책, ‘요란한 빈수레’

연말연초, 수송용 연료 시장은 소란스 웠다. 국토교통부의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 즉 택시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과잉공급 해소, 운전자 소득증대,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한 이 법안은 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료다변화 정책을 포함한다.

법에 따라 정부는 택시의 CNG 개조와 충전소 건설을 지원한다, 올해 국토부는 9억4600만원의 사업비를 CNG 택시 개조 및 충전소 설치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디젤택시도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단, 경유택시의 경우 업계가 요구한 화물차나 버스 수준(345.54원/ℓ)의 유가보조금은 환경성이 개선되는 EURO-6 경유 승용차가 출시되는 2015년 9월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LPG 택시가 경유택시로 지나치게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간 경유택시 전환을 연간 1만대로 제한했다.

CNG 택시개조 시범사업 지역으로 대구가, 경유택시 시범사업은 내년 광주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며 택시시장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택시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LPG업계의 위기감은 상당했다. 도시가스보급 확대와 차량 감소 및 연비 상승 등으로 LPG수요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송용 시장은 산업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특히 차량사용제한 등 제약이 많은 시장에서 택시는 빼앗길 수 없는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CNG와 클린디젤가 시장 진입을 강력 추진해온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팽팽한 긴장감은 맥없이 풀어졌다. CNG 가격이 치솟으며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고, 경유 택시는 환경기준 미달로 당장 시장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정력적으로 추진한 CNG 개조사업은 시범사업권을 확보한 대구시가 사업권을 반려하면서 연료다변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되기도 했다.

시 자체 예산으로 개조사업을 추진한 대구시의 2014년 6월 현재 CNG 택시는 828대로, 지난해에 비하면 60대가 줄었다. △가속 시 울컥거림 및 시동꺼짐 등 차량의 품질 및 안전성 문제 발생 △차량개조에 따른 추가비용, 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한 경제적 타당성 부족 △CNG 가격 인상으로 연료비 역전 등 CNG 택시의 문제점이 업계에서 제기되며 시민단체의 항의로 이어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 도요타카 출시한 전기 택시 '프리우스'.

차량 업계, 택시모델 출시 경쟁

정부의 정책이 주춤한 사이, 차량제작업계에서 시장 변화가 감지됐다. LPG모델이 주류를 이루던 기존 시장에서 탈피해 하이브리드차와 경유차 등 다양한 연료를 기반으로 한 택시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 택시를 출시했다. 택시시장에 하이브리 모델이 등장한 것고, 수입차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우스 택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도심연비가 21.7km/ℓ로 복합연비(21 km/ℓ)보다 높다.

도심주행의 택시에 적합해 이미 미국, 일본, 싱가포르,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택시로 운영되고 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100만km 주행기록을 세운 택시도 나왔다.

차량가격도 2600만원으로 책정해 경쟁모델과의 가격 격차를 1000만원 이내로 줄였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시장의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프리우스 택시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다만 프리우스 택시가 최초의 수입차이자 하이브리드 택시전용 모델인만큼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며 마케팅 전략을 유동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차량업계는 최근 출시한 디젤 세단을 앞세워 택시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 디젤택시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SM5 디젤 모델.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D는 택시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 현행 규정상 배기량 기준에 따라 소형차로 분류된 탓에 낮은 요금을 받게 된다는 점이 해결할 문제다. 소형택시로 분류되면 기본요금과 차량요금이 줄어든다. 이에 대구의 한 택시업체는 국토교통부에 기존에 배기량을 기준으로 구분하던 경형·소형·중형 택시의 기준을 배기량이 아닌 차체의 크기로 구분해 달라는 건의 공문을 낸 상태다.

이 업체는 공문에서 “SM5 D는 다른 LPG중형택시에 비해 연비 및 토크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저히 낮은 등 동급 LPG차량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택시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함에도 소형택시로 분류돼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환경성 기준충족을 위해 연식을 변경, 유로6 기준 부합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에 경유 택시에 대한 유가보조금이 지급되고, 배기량 관련 법령 개정만 이뤄진다면 SM5 D의 택시모델 출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출시된 그랜저 디젤은 현대차에서 공식적으로 택시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10여대가 택시로 운영되고 있다. 그랜저 디젤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모델로, 택시로 운영하면 내년 9월부터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수입차들도 디젤 택시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불모터스는 중형 디젤 세단인 푸조 508 택시를, 폭스바겐코리아는 파사트 택시 도입을 검토 중이다.

▲ 택시시장의 치열한 연료 경쟁속에 LPG업계는 기술향상 및 환경성 강조로 시장 수성에 나설 방침이다. 사진은 '2014 국제환경기술그린에너지전'에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세계 최초 터보 LPDI 엔진기술 탑재 '쏘나타1.4 T-LPDI 차량'.

LPG업계, 경제성·환경성 강조로 활로 모색

이같은 변화는 연비 좋은 차량을 선호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택시시장에 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또 과포화 상태인 준중형 차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완성차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를 견인하고 있다. 내년 9월부터 지급될 예정인 디젤택시 유가보조금역시 택시업계의 연료 다변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시장변화에 LPG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정부 주도의 CNG 택시 진출은 막았지만 경유택시의 경우 차량업계와 택시업계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조차만 있는 CNG와 달리 경유차량의 경우 완성차량이 많고, 배출권 거래제 등으로 인해 다수의 차량이 유로6기준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차량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연비가 우수한 경유차량과 정면승부를 벌이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에 LPG업계는 가스차 특유의 친환경성과 연료가격 경제성을 무기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경유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 NOX 등 유해물질 배출량은 LPG차량에 비해 월등하다. 도심운행이 주를 이루는 대중교통에서 적합하지 않은 연료인 셈. 최근 유럽시장 등에서는 도심 대기질 오염의 주 원인을 경유차로 지목, 퇴출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비는 좋지만 전체적인 경제성도 그리 우수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후처리 장치를 통해 환경성은 높였지만 이 때문에 차량가격이 올라가고 유지보수비용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LPG가격은 최근 국제LPG가격 하향 안정세와 수입사 주도의 잇단 가격 인하로 1030원대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 보조금 등을 지원을 고려하면 택시운전자들의 연료비는 리터당 800원 꼴이다. 연비가 9.3km로 경유차량에 비해 낮으나 배에 가까운 차량가격과 1.5배에 달하는 연료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뒤처지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연비 향상, 신차 개발 및 출시 등 시장 수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연료 다변화로 CNG와 경유를 검토하고 있지만 안전성과 환경성 면에서 의문이 큰 만큼 무리한 연료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LPG가격 안정화를 통해 택시 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도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