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오세창 동두천시장(새정치민주연합)이 택시 특혜 의혹에 휘말려 고소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서울스마트는 지난 5월 16일 오 시장을 포함해 동두천시청 공무원 3명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오 시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택시 업체((주)드림)에게 특혜를 주고 서울스마트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이를 포함해 오 시장이 택시 업체 대표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최근 접수돼 검찰이 이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단독 확인했다. 오 시장의 택시 특혜와 뇌물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동두천시가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고소를 제기한 (주)서울스마트는 주한미군교역처(AAFES)와 계약을 맺고 동두천 지역 미군기지 일대에서 택시 영업을 했던 업체다. 1962년 아리랑택시라는 상호로 영업을 시작해 지난 2008년 상호를 현재의 서울스마트로 바꿨다.

공방의 중심은 ‘한정면허’에 있다. 한정면허란 주한미군교역처와 계약해 주한미군 및 그 가족들을 전용으로 태울 수 있도록 시에서 허가해주는 면허다. 즉 동두천 지역의 주한미군 영내를 출입하며 미군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일종의 영업권인 셈. 해당 영업을 하던 서울스마트는 지난 2008년 4월 기사들의 영업수입금 문제로 파업을 시작했다가 두 달 뒤인 6월에 미군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서울스마트 관계자는 “당시 파업은 미군교역처가 개인택시 30대와도 계약을 맺어 영내에 택시가 난립하면서 시작됐다. 동두천시가 사실상 이를 승인해줬다”라고 밝혔다. 당시 미군교역처가 영내에 개인택시 영업도 가능하느냐고 동두천시에 질의를 하자 시가 “가능하다”라고 답변을 했고, 미군교역처가 한정면허와 상관없이 개인택시와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서울스마트 측의 주장에 따르면 파업이 장기화되고 상황이 악화되자 오 시장이 직접 서울스마트 쪽을 접촉해 “정치적으로 못 풀 문제는 없다”며 미군교역처와의 재계약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반전은 한 달 뒤에 발생했다. 2008년 7월 ‘(주)드림’이라는 업체가 새로 만들어져 다음 달인 8월 미군교역처와의 계약과 시의 한정면허 발급까지 한 번에 받아낸 것이다. 단 두 달 만에 이뤄진 초고속 계약과 면허 발급에 택시업계에서도 뒷말이 돌며 뒤숭숭했다고 한다. 서울스마트 관계자는 “당시 미군교역처가 우리와 계약해지를 하면서 내부 규정상 업체의 상호와 대표자를 변경해야 재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통보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신생업체가 들어와 계약을 따내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후 드림은 50대의 택시가 미군 영내를 드나들며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반면, 서울스마트는 재계약뿐만 아니라 2009년 9월에는 한정면허마저 취소되는 상황에 이른다. 계약에 실패한 서울스마트가 미군 영내에서 차고지를 빼자 동두천시에서 “사업구역과 차량 면허기준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면허를 취소 처분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이 드림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통상 택시 한 대에 4000만 원 상당의 영업권이 달려 있는 것으로 감안하면 택시 50대, 즉 ‘20억 원’ 상당에 이권을 쥐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 시장과 드림의 대표 김 아무개 씨와의 친분 관계 의혹이다. 김 씨는 동두천시에서 오랫동안 폐기물 업체를 운영한 지역 토박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폐기물업체에는 한때 동두천시의회 의장을 지낸 인사가 이사로 등재돼 있기도 했다. 그만큼 동두천지역에서 남다른 인맥을 자랑했고 오 시장을 등에 업어 계약을 성사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서울스마트 관계자는 “드림이 미군교역처와 계약할 당시에는 한정면허도 보유하지 않았다. 계약을 먼저하고 면허를 그 다음주 시에서 바로 땄다. 오 시장이 중간에서 알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드림이 계약을 위해 ‘급조된 회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동두천 토박이인 오 시장이 평소 ‘서울사람이 동두천에 와서 돈을 벌어간다’고 못마땅해 한 것으로 안다. 동두천에서는 드림택시가 ‘세창택시’로 불릴 만큼 오 시장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드림이 계약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당시 드림은 차고지가 중앙역 전철고가 밑에 엉성하게 위치해 있고 화장실과 정비시설이 없는 등 급하게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지난 2010년에는 기사들이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내홍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주)드림 대표 김 아무개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차고지도 정당하게 마련했고 특혜도 전혀 없었다. 동두천 지역이 좁아 오 시장과 오래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미군교역처와의 계약에서 오 시장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요신문>은 드림 김 대표가 오 시장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단독 포착했다. 드림에서 근무했던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2009년 9월경 한 시민단체 간부로부터 김 대표가 오 시장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 당시 간부가 김 대표와 가진 술자리에서 ‘김 사장, 드림이 어떻게 사업권을 땄느냐’고 재차 묻자 김 대표가 술에 잔뜩 취해 ‘오세창 형님께 2억 원 바쳤다. 그 돈 당신들이 줄거냐!’라고 따졌다고 한다. 이 내용을 드림 소속 직원 2명이 함께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관련 내용을 지난 15일 의정부지검에 출석해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찰은 서울스마트 측이 제기한 오 시장의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에 관련한 조사를 포함해 2억 원 뇌물수수 의혹까지도 내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신문>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의정부지검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 검사와 연락이 어렵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드림에 대한 특혜 의혹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동두천시에서 드림택시의 한정면허 기간을 6년간 연장해줬기 때문. 통상 3년 단위로 연장하는 한정면허 특성상 6년 연장은 ‘파격적인 조치’라는 뒷얘기가 잇따랐다. 서울스마트 관계자는 “2011년 대법원에서 동두천시의 아리랑택시(서울스마트 전신)에 대한 면허 취소는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는 계속해서 드림 쪽에 면허를 계속 연장해주고, 급기야 지난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6년 연장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다. 특혜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5월 대법원은 서울스마트 측이 동두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면허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차고지 등은 확보되지 않았지만 사업 진행의지는 회사 측이 할 일이지 시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므로 면허취소는 부당하다”고 최종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드림 측은 “서울스마트 측이 입찰에 떨어지고 계약에 실패하자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2억 원을 줬다는 얘기도 이미 경찰에서 무혐의로 조사가 끝난 것으로 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오세창 시장 측 관계자는 “서울스마트가 주한미군과의 계약이 해지된 것은 파업에 따른 것이다. 계약은 미군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기에 시가 관여할 바가 없다”며 “드림에 한정면허를 주고 기간을 연장한 것은 법령에 나와 있는 대로 진행한 것이다. 오세창 시장과 드림은 친분 관계가 없으며 2억 원 수수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동두천에서 불고 있는 오 시장의 택시업체 특혜 의혹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한정면허 택시란 미군 부대 내서 ‘독점 영업’ 한정면허 택시의 시작은 미군들이 영내외 출입에 불편을 겪자 미군 측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게 시초가 됐다. 당시 한국관광공사가 나서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 영내에서 택시운송사업 근거를 마련했고, 국제관광공사가 지난 1963년 경기도로부터 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운영되기 시작했다. 한정면허 택시는 미군들의 철수가 완료될 때까지 운영된다고 해서 ‘한시택시’로도 불리기도 한다. 현재는 서울 용산, 경기도 동두천, 평택 등 미군기지가 있는 곳에 한정면허 택시가 운행되는데 용산의 경우 서울스마트 택시(아리랑택시 후신)가 여전히 미군과 계약을 맺고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동두천에 경우 파업과 계약해지까지 겪는 진통을 맞았지만 서울에서는 그대로 운행되는 셈. 현재 120대의 한정면허 택시가 운행 중이다. 평택시의 경우 한정면허 택시업체뿐만 아니라 일반면허를 가진 택시도 미군 내에서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애초 평택시는 한정면허 업체만 미군과 독자적 계약을 맺도록 조치했다. 이에 평택시는 미군기지에서 영업을 한 개인 택시회사 기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 택시회사 기사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지난 2012년 법원은 “개인택시에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미군만 태울 수 있는 ‘한정면허’를 가진 다른 택시회사가 있지만 한정면허는 영업 범위나 기간을 제한한 것에 불과하고 독점적 영업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즉 한정택시뿐만 아니라 개인택시도 미 영내에서 운영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셈이다.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