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8월부터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 강남역 부근에 한해 택시 동승(합승)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 방안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서울시에 제안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택시정책팀은 26일 "심야 시간대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강요에 의한 '합승'이 아닌 승객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동승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일단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혁역 사이 각 방향에 동승이 가능한 택시 승차장 3곳을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시민 반응을 통해 홍대나 종로 등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택시 기사는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들을 태워 따로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승객들에게는 요금 할인을 적용해 기사와 승객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해당 정책 관계자는 "기존에는 미터기 요금 내에서 거리에 따라 동승자가 나눠 부과하는 방향을 생각했지만 기사 입장에서는 여럿을 태워도 이득이 없기 때문에 따로 부과하고 승객에게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방향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의 목적 자체는 승차난 해결이지만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사와 승객에게 혜택이 필요하다"면서 "기사는 따로 요금을 받을 수 있고 승객에게는 1만 원의 요금을 8,000원 정도로 할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도 "한 번의 운행으로 복수의 승객을 태운다는 점에서 요금 할인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으로 구체적인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합승을 강요하고 따로 요금을 받는 것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동승 제도를 허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국토교통부 훈령인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요율 조정 요령'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차인원별 요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 "국토부와 논의를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국토부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측은 심야 시간대 택시가 부족해 귀가하지 못하는 승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하루라도 빨리 동승 제도를 시행하고 시민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연구원의 '2014 택시서비스 평가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민이 택시를 기다리다 낭비하는 시간은 하루 19만 7,266시간으로 추정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안기정 연구위원은 "밤과 새벽에 택시 기다리는 시간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지역 사이를 운행하는 '합승 택시'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해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동승제도 시행에 따라 각종 범죄 행위가 늘어날 수 있는 데다,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동승요금 산정 등의 불법 행위도 우려돼 이에 대한 세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