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5/05/27

ㆍ조회: 2516

사고 또 사고! 고령 택시기사 겁난다

▲ 25일 서울 마포구 택시 사고 현장 사진

# 어젯밤(25일) 9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 한 대가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70세 할머니가 숨지고 주차된 차량 3대가 파손됐다.

택시 운전자는 66세인 정 모 씨. 정 씨도 얼굴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경북 안동 택시 돌진 현장 사진

# 지난 1일 오후 경북 안동에서는 택시 한 대가 마트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다. 갑자기 속도를 내 마트로 들어온 택시 때문에 매장에 있던 3~4명이 부상했다.

택시 운전자는 고령인 75세 김 모 씨. 경찰은 이 사고가 운전 부주의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급발진 흔적이 없고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차가 서서히 움직이다 갑자기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경찰은 "운전자가 잠시 정차한 곳이 경사가 있는 도로였는데 기울기 때문에 차가 살짝 움직인 것 같다"며 "운전자가 나이가 많다 보니까 실수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기를 밟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경기 용인에 사는 정유정 씨(34)는 택시에 타기 전 운전자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너무 나이가 많은 운전자가 모는 택시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정 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 운전하는 택시는 솔직히 겁이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올해 초 겪은 일을 들려줬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마치고 늦은 밤 서울 강남에서 용인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운전자는 백발이었고 적어도 60대 후반으로 보였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초행길이었던 백발의 운전자는 여기저기 길을 헤맸다. 그날따라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이 안 돼 재탐색만 수십 번 했다고 한다. 운전자가 좌우로 두리번거리는 탓에 앞차에 부딪칠 뻔한 적도 수차례. 답답한 마음에 그녀는 집에서 1㎞ 이상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갔다.

정 씨는 "내 집이 복잡한 주택가에 있어 길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택시 운전자가 너무 당황해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워 보였다"며 "대여섯 번이나 급정거를 하는 탓에 불쾌해 택시에서 내렸다"고 했다. 그녀는 그 일을 겪은 뒤부터 되도록 젊은 기사가 모는 택시에 탄다고 했다.

◆ 급증하는 고령 택시기사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택시 기사는 28만4077명이다. 이 가운데 17.2%인 4만895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70세 이상 택시기사는 1만6178명이나 된다.

고령 택시 기사의 대부분은 개인택시 기사로 분석됐다. 65세 이상인 개인택시 기사는 3만8167명이었다. 1만784명인 법인택시 고령 운전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특히 최근 들어 고령인 택시 기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8473명이었던 70대 택시 기사는 2014년 1만5539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80대 택시 기사는 110명에서 214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30대 택시 기사가 1만5978명에서 6423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공단 관계자는 "운송업계 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종사자들만 계속 일을 하니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택시 기사로의 진입 장벽이 낮아 은퇴 계층의 진입이 활발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현재 택시 기사 연령에 제한을 둔 법규는 없기 때문이다. 일부 법인 택시회사의 경우 정년 제도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인력 수급이 어려운 가운데 정년을 빠듯하게 하면 택시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정년을 두기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 “조심 운전하는데…” 사고율은 높아

택시 운전자들은 고령일수록 사고 예방을 위해 더 조심해 운전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택시 운전 25년 경력의 남궁돈 씨(65)는 "나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70세 지난 운전자도 그렇고 모두 별 어려움 없이 운전을 한다"며 "돈 욕심 없이 서두르지 않고 운전을 해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했다.

30년 경력의 이상각 씨(58)는 "나이가 많은 운전자들은 반사 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앞차와 간격을 두고 운전을 한다"며 "밤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대부분 해 떨어지기 전에 일찍 퇴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자 가운데 65~69세의 심야 운행률은 34%였으며 70세 이상은 24%였다. 고령 택시 운전자 3명 중 2명 이상은 시력 감퇴나 반사 신경 저하 등에 따른 사고를 우려해 밤에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조심해도 65세 이상 연령층의 택시 운전자의 교통 사고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0년 2315건이었던 고령 택시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2014년 4091건으로 무려 76.7%나 증가했다.

더욱이 고령층의 사고 확률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65~69세 택시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2705건이었다. 이 연령층의 운전자 12.12명당 사고 1건이 발생한 것이다. 70세 이상인 택시 운전자의 사고 확률은 더 높았다. 지난해 1386건으로 11.67명당 1건이었다.

40대는 12.3명당 1건, 50대는 12.33명당 1건이었으며 60~64세는 12.62명당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20대 운전자 4.9명 가운데 사고 1건이 발생해 사고 확률이 가장 높았다. 30대 운전자는 10.51명 중 1건이 발생했다. 공단 관계자는 "젊은 택시 운전자의 경우 과속·난폭 운전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 사고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고령 운전자 자격심사, 버스만 하고 택시는 제외

정부는 택시, 버스 등 운전 종사자 고령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내년부터 65세 이상 운전자는 3년 마다 자격 유지 검사를 받고 70세 이상은 매년 해당 검사를 받는 내용이다.

검사 내용은 보고 판단하는 능력, 주의 능력, 운동 협응 능력 등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 운전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된 운전자는 버스나 택시 운전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버스 종사자에게만 적용된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버스 기사의 경우 회사 내 정년 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65세 이상 연령층이 매우 적어 제도 도입에 쉽게 합의했다"며 "고령층이 많은 택시업계에서는 자격 유지 검사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택시업이 불황이다 보니 청장년층의 유입이 적고 이직률이 높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격 규정이 강화되면 택시 운전에 종사하려는 자가 더 줄어들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운전자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일절 답변을 피했다.

정부는 고령화한 택시 운전자의 관리에 대해 업계의 반발이 워낙 커 마땅히 시행할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령자의 운전이 문제라는 인식부터 이해 당사자와 국민 간 차이가 매우 커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 속 노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 접근이 신중하다"며 "고령 택시 운전자를 문제 집단으로 보고 과도하게 밀어붙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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