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법 등 `운수종사자 현황 통보 업무’ 명시 불구
-시 “권한, 자료 없다” 택시운전사 자격 관리 손놔
-`현황 조회 규정’ 들이밀자 뒤늦게 “아이디 발급 알아보겠다”

　광주시가 택시운전사 현황 관리와 종사자 자격 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분명히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관련 법과 규정에는 이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이 명시돼 있는데도 정작 광주시는 “우리 일이 아니다. 권한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 것.

　결국 광주시에는 택시운전사 자격 관리 등을 위한 자료가 아무 것도 없는 상황. 무자격 택시운전 등 이른바 ‘도급택시’가 판쳐도 어쩌지 못하게 됐다.

　광주시 택시행정의 ‘민낯’이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마무리된 소송이 발단이 됐다.

　택시운전사인 A씨는 이병훈 노무사와 함께 지난해 7월 광주시에 광주지역 9개 법인택시 회사의 운수종사자 명단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시는 개인 정보 등이 있다는 이유로 성명 등을 제외한 자료에 대해서 부분공개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공개를 거부한 셈이다.

　A씨와 이 노무사가 운수종사자 명단을 요구한 것은 몇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도급택시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이 노무사는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에 의거 택시사업자에게 환급해주고, 이를 다시 택시운전원들에 지급하는 부가세경감세액(부가세 감면분) 관련, 각 구청에서 관리하는 자료와 각 회사에서 광주시에 신고하고 있는 택시운전사 명단을 비교하면 각 택시회사에서 얼마나 도급택시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도급택시 근절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 감면분은 모든 운전원에 지급해야 해 ‘실제 운전하는 사람’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각 택시회사가 시에 신고한 현황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신고되지 않은 운전사’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가 자료 공개를 거부하자 A씨는 광주시를 상대로 정보부분공개결정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 6월 광주지법은 `택시운전사 성명’에 대한 부분을 공개하고, 동명이인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까지 공개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택시·시내버스 등)에 관한 질서 확립 등을 위해 명의이용을 금지하고,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에 관한 현황을 시·도지사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해당 자료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공익’이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개인의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A씨는 다시 광주시에 해당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광주시의 답변은 “우리한텐 명단이 없다”였다.

　판결문에서도 제시됐듯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제 22조에는 신규 채용하거나 퇴직한 운수종사자 명단(신규 채용한 운수종사자는 보유하고 있는 운전면허의 종류와 취득 일자 포함), 전월 말일 현재 운수종사자 현황 등을 시·도지사에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광주시에 명단이 없다는 건 각 택시회사가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광주시가 신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

　시가 택시운전사 현황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자 시는 지난 2월 개정된 국토교통부의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의 구축ㆍ운영 및 이용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들어 “각 택시회사가 택시운전사 명단이나 자료를 광주시가 아닌 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고, 공단에서 이를 바탕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광주시는 여기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 해당 규정에 그렇게 나와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의 구축ㆍ운영 및 이용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확인해보니 광주시의 설명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운수종사자 현황 자료를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해당 규정을 보면 시·도 및 시·군·구를 `이용기관’으로 보고, 여객운수법에 따른 운수종사자 현황 통보 업무에 관련된 자료, 종사자격 관리를 위한 자료 등에 `이용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광주시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건 사실 자체가 아닌 것이다.

　이를 따지자 시 대중교통과 택시행정 담당 직원은 그때서야 “(교통안전공단 전산시스템의)아이디 발급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광주시 해당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도 운수종사자 현황 관리 업무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처음엔 “규정이 바뀌어 명단이 없다”던 광주시는 “그 이전 신고된 명단이 있냐”고 묻자 “택시운송사업조합에 해당 업무를 위임했다”고 답변했다.

　각 택시회사로부터 신고 받아 관리해야 할 사항을 회사들에 맡겨놓았던 셈이다. “무자격 택시운전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어떻게 하고 있냐”는 물음엔 “그렇게 하면 면허취소 사항”이라면서도 “각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 지는 감독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택시운전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한다”면서 “(택시회사가)사기업의 직원 명단인데 생각해보라, 광주시가 삼성 직원들 명단을 가지고 있으면 되겠냐”고 말했다.

　광주시에 “택시행정이란 게 있냐”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병훈 노무사는 “결국 광주시가 무자격 운전의 문제를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