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 등 부당노동행위로 실형을 선고(영남일보 1월14일자 8면 보도)받은 대구 모 택시회사 대표가 퇴직 기사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도운 혐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경찰과 관계당국은 노조 와해를 위한 수단으로 기사들의 ‘실업급여’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5일 이 같은 혐의(고용보험법 위반 등)로 모 택시회사 대표 A씨(63)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과 짜고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전·현직 기사 B씨(52)와 C씨(여·63)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며,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명의 직원과 짜고 실업급여 수급조건이 되지 않음에도 퇴직사유를 허위신고하는 수법으로 B씨 등 5명이 2천325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혐의다.

이 가운데 C씨 등 2명의 경우 실제 회사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기사를 통해 ‘택시기사 자격증’을 대리취득하게 한 뒤 위장취업을 시키면서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A씨는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고향 후배 등을 동원해 신규 노조를 설립하고, 기존 노조원들을 회유해 새 노조에 가입하게 하는 등 노조를 와해시킨 혐의로 지난 1월 고용당국에 의해 구속됐다.

대구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가 구속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지난 2월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때문에 A씨가 ‘실업급여’를 미끼로 노조원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의 퇴직을 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위장취업과 관련해서는 새 노조의 조합원 수를 늘려 기존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도운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을 하고, 동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도 “범행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시점과 겹치는 점 등을 볼 때 노조 와해의 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대구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고용노동청 소관이지만, 위장취업 부분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행정처분을 내릴지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