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新 승차거부에 회초리 든 서울시
카카오택시 기사의 '일방적 예약 취소'는 승차거부 중 하나... "기사 인적사항 공개하겠다"
카카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가입기사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의 일부 기능을 교묘하게 이용해 사실상 승차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용 승객들의 ‘노쇼(No show‧예약 후 취소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비해 이 앱에 설치된 예약 취소 기능을 악용하는 것.
서울시는 앱 택시 기사들의 신상을 공개해서라도 승차거부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기사가 승객의 목적지를 확인한 뒤 예약이 이루어지는 카카오택시. <출처=카카오택시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택시, 출범 1년 만에 택시 시장 장악
일부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들 '예약 취소' 악용
지난해 4월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별도의 콜 비용이 없고,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 달 만에 100만 건의 누적 호출수를 기록했다. 인기를 끌면서 출시 1년만에 전국의 택시 운전기사 28만 명 가운데 23만 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하려는 기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기사용 앱을 설치하고 사진과 이름, 주민등록번호, 택시 운전 자격증 번호 등을 입력하면 된다. 카카오의 심사가 끝나면 기사들은 그때부터 승객의 호출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콜택시와 달리 카카오택시 기사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승객을 받을지, 받지 않을 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 판단 기준은 승객의 현 위치와 목적지 등이다. 즉 승객과 기사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모바일 콜택시 시스템이라 점이 인기의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택시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택시 기사가 호출 후 승객과 잡혀진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밤늦은 시각 서울 종로구 종각역 부근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차도까지 내려와와 있는 시민들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택시 기사가 甲"
빈차로 돌아 나오는 서울 은평·노원·도봉 지역 손님 기피
2008년부터 8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카카오택시 가입 기사 이모 씨(62)는 "늦은밤, 대략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는 택시 기사들이 '갑'이다"며 "손님이 많이 없는 서울시 은평구, 노원구, 도봉구에 가는 손님들은 일부러 받지 않거나 받아도 예약을 취소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번화가가 아닌 곳으로 들어갈 경우 승객을 내린 뒤 빈 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택시 기사로서 이들 지역에 사는 승객들은 기피 대상이다"며 "나 또한 몇 번 그런 적이 있는데 카카오택시 측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걸 보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예약이 취소됐다는 카카오택시 앱의 안내메시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승객을 태우지 않거나 중간에 내리게 하는 택시기사들은 과태료 20만 원을 물어야만 한다. 또한 2년 안에 3차례의 승차 거부가 발각되면 택시 운수 종사자 자격이 박탈된다.
물론 소속된 사업 구역 밖으로 운행해야 하거나 만취한 승객일 경우, 애완동물을 데리고 있을 경우, 택시 표시 등을 껐거나 손님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는 예외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승객과 예약이 완료된 뒤 일방적인 예약 취소 통보를 알리는 카카오택시 기사의 사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택시기사가 2년 안에 승차거부를 한 사실이 3차례 적발되면 택시운수종사자 자격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택시 운전사가 승차거부로 처음 적발됐을 때는 과태료 20만 원을 내야한다. 2번째는 자격정지 30일과 과태료 40만원 처분을 받는다. 3번째 걸리면 자격이 취소되고 과태료 60만원을 내도록 규정돼있다. 이에 대한 처벌은 각 지자체가 담당한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정차 신호에 멈춰 선 택시 2대. <사진=환경TV DB>
서울시 "카카오택시 기사 일방적 예약 취소는 승차거부"
기사의 이름·차량 번호판 등 공개하는 조치 취할 예정
서울시에 등록된 택시는 7만 여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택시가 운행중인 서울시에는 지난해 택시 승차거부에 따른 민원이 7,760건이나 됐다. 개인택시가 2,200건, 법인택시 5,560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앱 택시에 따른 승차거부 사례는 따로 분류되지 않고 있지만, 택시 면허를 발급받은 기사 가운데 80% 이상은 카카오택시에 가입돼 있다”며 “접수된 민원 가운데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노쇼' 장치를 악용한 경우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승차거부가 맞기 때문에 카카오 측에 연락해 기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엔 기사의 이름, 차량 번호판 등을 공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신고 기능을 악용하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에 대해 ‘신원 공개’라는 대응을 펴겠다고 밝히자 카카오측은 “서울시에서 ‘어떤 식으로 하겠다’라는 정확한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가정해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고객센터 이용 마감시간인 오후 7시가 지나면 불편신고는 앱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진=환경TV DB>
한편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승객은 택시 기사의 서비스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기사가 승객이 없다고 판단해 노쇼 신고를 할 경우엔 이마저도 할 수 없다.
예약된 카카오택시를 기다리던 승객의 스마트폰 화면에 ‘기사님의 요청으로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면 승객은 즉시 고객센터에 연락해 차량 번호를 문의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 서비스센터 운영 시간(오전 10시~오후 7시)이 지나면 전화 문의가 불가능해 앱 왼쪽 상단에 있는 ‘서비스 문의’란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준영 기자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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