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25일(현지시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택시의 시험운행이 시작됐다.

AP통신은 자율주행 차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누토노미'(nuTonomy)가 이날 싱가포르 일부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시험운행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누토노미는 우선 6대의 자율주행 택시 차량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선정한 1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시험운행에 앞서 지난 22일 자율주행 택시의 운행을 경험한 올리비아 서우(25)씨는 "처음 차에 탔을 때는 긴장됐다. 운전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유령이 있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어 "금세 편안해졌다. 주행은 순조로웠고 통제가 되는 느낌이었다. 자율주행 차량은 새나 주차된 오토바이 등 작은 장애물도 멀리서 감지하는 것 같아 안심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AP통신 기자의 24일 체험 주행에서는 끼어드는 차량과 주차상태에서 갑자기 출발하는 차량 때문에 앞좌석에 탄 운전자가 주행 도중 브레이크를 밟는 일도 일어났다.

시험운행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율주행 택시를 불러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첫 시험주행이어서 서비스 지역이 제한되고,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지점도 정해져 있다. 또 우선은 운전자와 조사원이 탑승해 정상작동 여부도 확인하게 된다.

각 차량에는 위치추적을 위한 6대의 라이더(lidar, 레이저 레이더) 장비와 장애물 및 신호등을 탐지하기 위한 카메라 2대가 설치된다.

누토노미는 시험운행에 투입되는 차량 대수를 연말까지 10여 대로 늘리고 서비스 대상 인력 규모도 1천 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식 서비스 개시 목표는 2018년이다.

누토노미의 칼 이아그넴마 최고경영자(CEO)는 "대중을 상대로 자율주행 택시 시범운행을 하는 것은 우리가 전 세계 최초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시험운행을 하는 우버보다 몇 주 빠르다"며 "시범운행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는 지점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유사한 택시 서비스를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와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둔 벤처기업인 누토노미가 싱가포르를 첫 시범 서비스 지역으로 택한 것은 교통 인프라가 좋고 시민들의 교통 의식 수준이 높은 데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교통 당국은 극심한 차량정체를 완화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프로젝트의 하나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철(BRT)로 도시 전체를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지하철역에서 각 가정과 사무실로의 이동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전기차 택시 시스템을 2020년까지 도입해 시민들의 자가용 이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운영담당 임원인 더그 파커는 자율주행 택시가 싱가포르 도로의 차량 수를 현재의 90만대에서 30만대 가량으로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