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만 수지맞고 기사는 ‘한숨만’

서울 택시기본요금 500원 올리자 사납금도 덩달아 껑충

단거리 승객 급감… 月수입 오히려 줄어

“사납금 과도한 인상 못하게 제도 보완을”

[세계일보 20100208] 지난해 6월부터 서울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 오른 이후 서울시내 택시업체 255개 가운데 월급제를 적용하는 약 20곳을 제외하고는 기사들이 회사에 내는 사납금도 일제히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 기사들은 일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가스 지원금은 늘지 않고 요금 인상으로 단거리 이용 승객이 줄어든 와중에 사납금만 크게 올라 부담만 더 커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업체들이 자의적으로 사납금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시와 서울지역 택시업계에 따르면 시내 택시 업체 255곳 가운데 230여곳은 운전기사가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하루 평균 1만20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운전기사들은 하루 10만4000원(주간 기준), 월 약 270만원씩 사납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요금이 인상되면서 단거리 승객이 눈에 띄게 줄어 택시기사는 손해를 보는 반면 업체들만 요금 인상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물가 인상과 유가 인상 등을 고려해 택시 요금 현실화 차원에서 기본요금을 인상했지만 사납금도 덩달아 올라 그 피해를 운전 기사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기사들은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230여개 택시업체의 경우 택시 1대당 하루 25ℓ의 연료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자기들은 하루 평균 24회 승객을 받고, 34ℓ의 연료를 소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료비를 초과하는 하루 8∼9ℓ에 달하는 가스비 약 7000원(ℓ당 860원 기준), 한 달 18만2000원(26일 근무 기준)씩 기사들이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료비 부담과 더불어 기본요금만 인상된 결과 단거리 이용 승객이 많이 줄어든 점도 기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사들은 가까운 거리는 택시로 다니던 사람들이 기본요금이 2400원으로 오른 이후 부담을 느껴 택시 이용을 기피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요금과 사납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감안해 서울시내 214개 택시업체 노조가 가입된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택시노련)의 경우 임금 교섭을 통해 월 15만원의 임금을 올렸지만 월급 인상 효과는커녕 오히려 전보다 기사들의 손해가 더 크다는 불만이 크다.

민주택시노조의 한 관계자는 “요금 인상으로 단거리 승객이 감소하고 사납금은 오른 상황에서 하루 10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액이 기사 월급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임금도 올려줬다고는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사납금조차 채우기 버거운 기사들이 많고, 월급을 제대로 받아가려면 하루 12시간 이상은 뛰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택시요금 인상은 물가와 유가가 오른점 등을 고려해 4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며 “사납금이나 임금 문제는 택시 업체 노사 간 결정할 일이기 때문에 시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