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수억 원의 택시노조의 복지기금을 유용하고, 택시기사 유니폼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택시노조 간부들(본보 지난해 11월 2일 자 9면 등 보도)이 검찰에 송치됐다.
 
개인차 할부금 등 2억여 원 유용
간부에 상품권 등 받은 지부장
참고인 조사만… 수사 미진 논란
 
부산 서부경찰서는 30일 노조 복지기금을 사적인 용도로 쓰고, 기사 유니폼 납품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배임수재)로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역본부(이하 택시노조) 본부장 A(65) 씨와 조직 실장 B(50) 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A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로 유니폼 납품업체 대표이사 C(59) 씨와 택시노조 설립 병원의 대표이사 D(50) 씨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해 10월 복지기금 약 4700만 원을 간부들의 필리핀 여행비로 사용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택시노조 73개 지부 분임지부장들에게 노조 선거 자금으로 약 1억 2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가 지난해 5월부터 약 5개월간 개인 차량 할부금을 갚는 데 복지기금 약 9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 등이 복지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총금액은 약 2억 1000만 원가량에 이른다. 택시노조원 8000여 명은 복지기금으로 한 달에 7000원가량을 노조에 납부하고 있다.
경찰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A 씨가 기사 유니폼을 납품하는 대가로 납품업체 대표이사 C 씨에게서 약 2억 6880만 원어치의 양복 상품권을 받은 혐의도 추가 확인했다. A 씨는 이 상품권을 35개 지부 분임지부장들에게 명절 선물로 건넸다고 경찰은 전했다. A 씨는 이 밖에도 2014년 말 택시노조 산하 병원의 이사진 추천 대가로 병원 이사 D(50) 씨한테서 2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 씨는 “복지 기금은 노조를 위해 사용했고, 병원 이사에게서 받은 돈도 바로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A 씨로부터 선거자금과 양복 상품권을 받은 일부 분임지부장들은 참고인 조사만 받았을 뿐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받지 않았다. 분임지부장들이 선거로 본부장을 선출하는 구조를 고려한다면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선거자금과 상품권을 받은 분임지부장들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해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