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는 대전지역 택시업계를 돕고, 시민 불편해소 차원에서 설치된 카드결제 장비가 잦은 고장 탓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고장으로 인한 택시기사들의 민원이 속출하는 데도 정작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 대전시는 이 같은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2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택시업계 경영개선 대책의 하나로 올해 총 4억 5435만 원을 들여 개인과 법인택시 3347대에 카드결제 장비를 설치했다. 1대당 24만 9000원씩 소요되는 장비는 대전시가 50%를 지원하고, 개인택시는 기사가, 법인택시는 회사가 각각 나머지 설치비를 냈다.

이에 따라 각 택시조합은 올 초 카드결제 장비 업체를 선정하고, 지난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개인택시 2850여대, 법인택시 490여대 등 총 3347대의 택시에 설치를 마쳤다.

문제는 설치한 지 1달여 밖에 되지 않은 카드결제 장비가 잦은 고장으로 정작 요금을 카드로 내려는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 결제 후 영수증이 나오지 않거나 신용카드 승인에만 수십 분씩 걸려 현금이 없어 요금을 내지 못한 일부 승객과 택시기사의 크고 작은 다툼이 잇따르기도 한다.

이런 증상으로 설치 업체에서 두 차례나 수리를 받은 개인택시가 또 다시 고장을 일으키자 일부 기사들은 조합과 시에서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장비를 도입했다는 의혹을 내비치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A 씨는 "하루에도 승객 10명 이상이 카드로 요금을 내는 데 장비가 고장 났다고 하면 오히려 현금만 받으려는 악덕 기사로 오해받기도 한다"며 "사용도 못하는 장비를 뭐 하러 수억 원씩 들여 달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 B 씨도 "요즘 현금 없이 타는 승객이 많아 카드결제가 안 되는 바람에 요금을 못 받았다는 기사들도 종종 있다"며 "장비 설치 업체도 조합원들에게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조합 측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대전시는 이런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예산은 이미 지원했고, 모든 것은 조합 측에서 결정할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설치비 일부를 대전시에서 지원했지만 업체 선정부터 관리 등은 모두 각 조합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조합과 업체에 문제점을 확인, 시민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인택시조합은 수십여 대의 택시에서 고장문의가 잇따르자 설치 업체를 통해 장비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지만 수리에 따른 대기시간이 적지 않아 영업 손실 등을 우려한 기사들의 또 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

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일부 기사들의 민원이 제기돼 설치 업체와 함께 문제점을 찾고, 장비 소프웨어를 업그레이드 중"며 "설치비 절감차원에서 기존 택시에 장착된 미터기를 교체하지 않은 것과 택시기사의 조작실수가 원인이라는 업체 측을 설명이 있어 조합원 교육시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할 계획"고 해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