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성남시 수정구 H운수 차고지. 뒤쪽 깊숙한 곳에 경차택시 1대가 주차돼 있다.(사진)
깔끔하게 도색한 새 차로 외관에는 흠집 하나 없었지만 오래 방치된 듯 먼지가 쌓여 있었다.

성남시가 지난 2월 전국 처음으로 시범 운행에 들어간 경차택시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당초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형택시와 똑같은 사납금을 내야하면서도 요금은 80%만 받게 한 것이 경차택시가 외면 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승차감이 나빠 장시간 운행할 경우 피로도도 더 쌓인다는 게 운전사들의 반응이다.
정부와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2월 24일 택시의 선택폭을 넓히고 택시 이용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며 택시회사 22곳에 1000cc미만의 경차택시를 1대씩 배치해 운행을 시작했다.

경차택시는 기존 중형택시에 비해 1대당 연간 450만7000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고, 탄소 배출량도 37% 절감된다며 인기를 예고했다.

하지만 경차택시는 도입되자 마자 운전사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일반 택시 요금의 80%만 받을 수 있으면서도 사납금은 중형택시와 똑같이 내야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기존택시에 비해 운전자석이 좁아 운전 시 피로감이 쉽게 쌓인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실제로 H사와 S사 등 5곳 이상의 업체가 경차택시 운전자를 찾지 못해 현재 경차택시를 차고지에 방치하고 있다.

택시기사 유모(53)씨는 “중형택시나 경차택시나 사납금은 같은데 요금이 80%에 불과한 경차택시를 누가 운전하겠냐”면서 “이용자라도 많으면 한, 두 시간 더 운행해 메울 텐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경차 택시 이용자 김모(34)씨도 “처음에는 호기심에 이용했지만 기존택시에 비해 가격이 많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승차감도 떨어져 굳이 이용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택시업체들은 경차택시 도입이 너무 탁상행정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시간절약과 안전성 등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요금은 그다음이라는 것이다.

한 택시 관계자는 “기존택시로 1만원이면 가는 거리를 경차택시는 8000원을 주고 가야 하는 것”이라면서 “승객들이 2000원 아끼자고 불편하고 불안한 경차택시를 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금액이 기존 택시의 50-60% 정도로 아주 싸게 만들고 사납금도 같은 비율로 인하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성남시는 지난 9월 한국경제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해 경차택시의 운행 성과와 실태 등 파악에 나섰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경차택시가 실패했다며 용역발주 이유를 경차택시 폐지 절차로 보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내년 초 용역 결과가 나오면 경기도, 국토해양부 등과 합의를 통해 경차택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