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이달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을 올린 LPG수입·판매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소비자 단체들은 14일 이달부터 (주)E1이 자동차 연료용으로 쓰이는 LPG 부탄 가격을 ℓ당 1천31.93원으로 전월 보다 52.56원 인상된 가격으로 충전소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E1은 가정과 음식점에서 취사용으로 쓰이는 LPG 프로판 가격을 ㎏당 84원 올려 1천373원에 공급한다.

SK가스도 지난 1일자로 충전소 부탄 공급가격을 전월 보다 ℓ당 57.23원 상승한 1천37.87원, LPG 프로판 가격은 ㎏당 98원 올린 1천390.8원에 각각 공급하고 있다고 소비자 단체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LPG 수입가격은 대폭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우리나라 LPG 수입·판매사에 이번달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의 수출가격을 전월보다 각각 t당 90달러, 70달러 내린 855달러, 925달러로 통보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LPG 수입업체는 아람코가 국제 LPG 가격을 통보하면 통상 매월 말에 수입가격과 환율, 각종 세금, 유통 비용 등을 반영해 다음달 공급가격을 발표한다.



따라서, 이번달 내수 LPG 판매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게 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LPG수입·판매社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 업체는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정부의 요청으로 LPG가격을 동결, 경영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E1 측은 지난 4개월간 가격 동결로 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내지 못하는 등 경영에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SK가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두 회사는 지난 1분기 오히려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SK가스의 경우 1분기 모두 1조4천130억원의 매출에 152억원의 순이익을, E1도 2조원의 매출에 70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이달 LPG 수입가격 인하로 그동안 가격 인상 억제로 발생하지 못한 이익도 상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상 E1의 경우 한달 평균 4∼5카고(1카고=4만톤)의 LPG를 수입하는 점을 감안하면,수입물량을 전량 부탄가스로 수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달보다 최소 121억6천만원에서 최대 152억원의 수입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수입을 전량 프로판 가스로 할 경우에도 최소 156억3천만원에서 최대 195억4천만원까지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이 같은 수입가격은 국제유가가 고유가 이기는 하지만 여름철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하면 당분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이에 대해 E1관계자는 "E1이 지난 1분기 흑자를 달성했으나, 매출에 비해 순이익은 형편 없는 등 제품 가격 동결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회사 경영이 나빠지면 거래 조건이 악화되는 등 LPG 도입에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결국 내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한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E1의 경우 내수와 수출 비중이 45대 55 정도로 그동안 수출로 내수를 뒷받침 하는 경영을 구사했다"며 "이번달부터는 어쩔 수 없이 LPG가격을 인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팀장은 "LPG는 서민용 연료이기 때문에 수입사들이 경영을 빌미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최근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LPG수입·판매사들은 완제품을 들여와 별도의 정제 과정없이 판매 차익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고통분담 차원에서 LPG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혜 팀장은 또 "현재 소시모는 지난 2개월간 휘발유·경유 가격인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시모는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경유와 함께 LPG가격에 대한 정책적인 건의 사항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E1과 SK가스는 전국에 LPG 충전소 380곳과 500곳을 각각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