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근원지인 뉴욕 주코티 공원에 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다시 모여 기업의 탐욕과 빈부격차를 성토했다. /AP연합뉴스
금융계로 돌아가기 위해 구직광고 붙이고 운행손님에게 이력서 주기도
미국뉴욕 월가(街)에서 증권 거래인으로 일하다 해고된 스콧 커티스(47)씨는 5개월 전부터 택시를 몰고 있다. 그는 운전하는 택시 뒷좌석에 "금융회사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개인 구직 광고'를 붙이고 다닌다. "한때 저는 나스닥 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회사에 근무했었고, 보시다시피 다시 월가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혹은 해외 채권 거래인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저를 채용하신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택시 손님으로부터 매일 4개 정도의 이력서를 요청받는다는 그는 "택시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꽤 짭짤한 데다, 수천만 명이 등록한 구직 사이트보단 이렇게 일자리를 찾는 게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이 길로 나섰다"고 말했다.
커티스씨처럼 금융위기 이후 월가에서 해고된 사람 중 택시 기사로 전업한 이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택시 운전을 생활비를 버는 수단인 동시에 원래 일하던 금융계로 돌아가기 위한 구직 수단으로 삼는다. 뉴욕 택시·리무진위원회의 분석 결과 주식 시장 침체가 시작된 2007년 말 이후 뉴욕의 택시 운전면허 교부량은 10% 늘었다.
택시 운전 희망자들이 늘면서 이들에게 대여가 가능한 영업허가증 인기도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뉴욕의 택시 영업허가증 가격은 67만8000달러(약 7억7000만원)로 2007년 약 3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뉴욕의 한 대중문화 회사에서 재무 책임자로 일하던 허브 레이스(37)는 몇 년 전 회사에서 해고되며 받은 퇴직금이 바닥나자 택시 기사로 나섰다. 그는 "해고된 후 원래 연봉에 한참 못 미치는 일자리밖에 자리가 나지 않더라. 시험 삼아 택시 운전을 해본 후 하루 약 180달러에 달하는 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고 아예 풀타임 택시 기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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