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택시뉴스

ㆍ작성자	민주택시
ㆍ작성일	2011/12/23

ㆍ조회: 1712

강남역 '택시 전쟁'에 뛰어든 서울시, 성과는?

↑16일 자정 무렵 서초구 강남역에서 택시승차지원단이 잡아주는 택시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류지민 기자 @ryuna

[출동!사건팀]서울시 발표한 택시승차지원 제도 실제 찾아가보니

'직접 택시를 잡아준다'는 서울시의 실험이 승차거부가 만연한 서울 도심의 택시 문화를 바꾸는 초석이 될지, 또 하나의 탁상행정으로 끝이 날지 주목된다.

◇'알짜 손님' 고르는 택시
각종 모임과 송년회로 술자리가 많은 연말, 강남은 평소보다 더 붐빈다. 얼큰하게 술이 올라 몸이 힘들 때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택시. 그래서 연말 강남의 도로변에서는 '택시 전쟁'이 벌어진다.

앞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눈치껏 좀 더 앞쪽으로 가 슬쩍 손을 든다. 멈춰선 택시에 두서너 명이 달려들어 서로 자기가 타겠다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다반사.

"빈 택시 한 번 놓치면 20분은 더 기다려야 되거든요"

택시를 잡기 위해 여념이 없던 한 30대 남성은 멀리서 다가오는 택시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퉁명스레 답했다.

강남 거리를 전쟁터로 만드는 데에는 택시기사도 한 몫 한다. 일부 택시들은 좀 더 먼 곳으로 가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승차거부를 하며 알짜손님을 고른다. 문이 열린 상태에서 내빼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은 강남역 택시 문화 개선을 위해 최근 팔을 걷어붙였다. 야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1시)에 시민들의 수요에 맞춰 콜택시를 호출해 주는 한편 승차거부 택시에 대한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고 나선 것.

◇공무원 없는 곳에서는 여전한 '승차거부'

16일 자정 무렵.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서는 '택시승차지원단'이라고 적힌 노란조끼를 입은 지원단원들이 시민들에게 택시를 잡아 주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성남 가시는 분? 분당 가시는 분?"

경기도 차량에는 그에 맞는 승객을 태웠고, 5명 이상의 승객이 원하는 경우에는 대형 택시를 호출해주기도 했다.

지난 7일 첫 시행일부터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김정주씨(51)는 "처음에 비해 (서비스가) 많이 정착됐다. 승객이 몰리는 자정 전후로는 대기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10분 이내에 탈 수 있다"며 "오후 11시 전에는 오히려 택시가 대기를 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인데 해결책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남역 일대가 워낙 택시 문제가 심각해 시민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며 "사실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별달리 좋을 것이 없다. 조합에서 기사들에게 1000~2000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그 돈은 자기들이 낸 조합비에서 나가는 돈이고, 서울시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 세 시간동안 이들이 승객과 연결해주는 택시의 수는 평균 230~250여대로 적지 않은 숫자다. 길게 줄을 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승객들도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남역에서 자주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유모씨(28·여)는 "택시 잡는 것도 경쟁이라 남자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밀면 내 줄 수밖에 없는데, 이곳에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콜택시를 부르는 것도 이 시간에는 차량이 없어 이 회사 저 회사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야 간신히 연결이 된다. (택시승차지원 제도가) 계속 운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12월 말까지 시범운영한 성과를 본 뒤 상시적으로 운영하거나 해당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도로 반대쪽에서는 승차거부를 하는 택시와 서울시 교통지도과 공무원들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단속에 걸린 한 택시는 차량 앞을 공무원이 막아섰는데도 그대로 차를 전진시키는 아찔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인규(65) 교통지도과 직원은 "'빈차'나 '예약' 등을 켜고 천천히 지나가면서 승객을 가려 받거나 같은 장소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택시들이 단속 대상"이라며 "직접적인 단속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단 경광봉을 들고 나와 있게 되면 계도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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