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현역' 택시기사 문재계 씨는 기사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로 일하기엔 문 씨의 나이가 많아보이지만, 그는 사실 부산시내 99개 법인택시 소속 75세 이상 운전기사 17명(2012년 3월 기준) 중 한 명일 뿐이다.

24일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하 택시조합)에 따르면 법인택시기사 평균연령은 지난 2008년 12월 49세에서 올해 3월 53.8세로 3년 3개월 새 4.8세나 높아졌다.

올해 부산 법인택시기사 평균연령 53.8세
70세 이상 186명… 3년여 만에 1.5배 늘어
수입 급감해 청년층 기피, 사고위험 높아

문 씨는 "우리 회사만 해도 70세 이상 운전자가 나를 포함해 5명이나 된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면서 부산에는 한창 일할 연령대가 빠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택시일을 할 사람은 우리 같은 고령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인들이 용돈으로 쓰기에는 문제 없지만 젊은이들이 애 키우려면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벌어서는 어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택시조합은 지난 2008년 30세 미만 법인택시기사가 123명이었다면 올해는 25명으로 약 80% 급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70세 이상 기사는 73명에서 186명으로 약 1.5배 늘었으며, 75세 이상 운전자는 8명에서 17명으로 역시 배나 늘었다. 부산에서 일하는 최고령 법인택시기사는 80세로 2명이나 있다.

또 전체 법인택시기사 수에서 60세 이상 기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 2008년 약 15.5%에서 올해 약 29.2%로 대폭 상승했다.

택시조합 조태환 부장은 "보통 택시회사들의 정년이 55세에서 58세인데, 택시기사로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정년이 지나도 '촉탁'이라는 이름 아래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운전기사 통계에 누락된 부분이 있는 만큼 평균 연령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년 경력의 택시기사 정병태(70) 씨는 "대중교통 환승제 실시, 대리운전 활성화 등 승객들의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때론 1시간에 2천200원짜리 기본 요금 손님도 못 태울 때도 있다"고 한숨 지었다. 법인택시 수입이 급감하면서 더욱 더 청년층 택시 운전 기피가 심화되는 것이다.

택시업계도 근심이 깊다. ㈜신한택시의 김주수 이사는 "연세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사고 위험이 높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분들이 없으면 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감수하는 상황"이라면서 "조금이라도 젊은 기초수급자나 장애인을 고용해 봤지만 벌이가 시원찮아서 그런지 금방 그만두기 일쑤"라고 전했다.

업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 고령화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씨와 정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택시기사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