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콜밴불법영업 단속현장 가보니
교대 3시간 남기고, 사납금 7만원 부족 “죄송”
단속요원 목숨 걸고, 도로 뛰어들어...'아찔'

9월 27일 22시 명동역 5번 출구 앞. 쇼핑을 마치거나 시작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2시 27분. 첫 콜밴차량이 검문을 받았다. 관광객을 태우려고 했는지 인도쪽으로 가깝게 운행하다 검문을 받게 됐다. 단속요원은 차를 세우고, 차량 내부에 미터기가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없었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콜밴도 많아졌다. 대부분 단속요원을 보고는 그대로 내뺐다. 회색의 한 콜밴차량은 버스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10분이 지나자 그 회색의 콜밴차량이 다시 지나갔고, 두 세 차례 더 지나갔다. 아마도 관광객이 모이는 일대를 순회하며 외국인을 태우려는 심산인 것 같다.

20시 45분. 첫 승차거부 택시가 적발됐다. 단속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단속팀은 총 3명, 1명은 차량을 세우고, 1명은 기사를 맡고, 1명은 승객에게 승차거부를 확인한다. 기사는 미터기를 가르키며 “7만원 밖에 못 찍었다. 교대 3시간 남았고, 사납금은 14만원인데,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됐다.

20시 54분. 9분만에 승차거부 택시가 또 적발됐다.  택시기사는 “회사로 복귀하는 차량이었다”고 핑계를 대며 가로막는단속공무원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단속공무원도 “어~어~”하는 사이에 5m 가량 밀려났다. 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단속요원은 “최근에 단속하다가 택시가 팔을 치고 갔는데, 아직도 가끔 팔이 떨린다”며 이런 일은 가벼운 스킨십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단속요원들은 이렇게 공무집행을 하다가 다치더라도 실손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때문에 한 단속공무원은 최근 사고로 18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고, 모두 자비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불법 운행 차량을 막다보면 도로로 뛰어들게 되는데, 보험 적용은 인도쪽에서만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11시 50분 구로역 앞. 취기가 얼큰하게 올라온 넥타이부대가 하나 둘씩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몇몇 택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택시가 할증 요금을 받기 위해 불을 꺼놓고, 일제히 밖으로 나와 승객에게 목적지를 묻기 시작했다. “인천이요~”, “수원이요~” 모두가 단속대상이었다.

28일 02시. 단속은 끝이났다. 각 현장에 퍼져있는 단속공무원들은 그 자리에서 퇴근했다. 새벽 2시 퇴근 방법은 모두 택시였다.

방금까지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한 공무원들이 승차거부 택시때문에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퇴근 택시비는 모두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나간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퇴근이기 때문에 시에서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보통 한 달 택시값으로만 10~20만원은 족히 나간다고 한다. 업무용택시라도 도입해 처우를 개선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번 동행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결과적으로 최대 피해자는 ‘시민’이 아니라 ‘택시기사’와 ‘단속공무원’이라는 인상이다. 택시기사는 사납금에 쫓기듯 영업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단속공무원은 목숨을 건 체 도로로 뛰어들어가 불법영업을 막아내지만 이들 모두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와 과태료는 자신들의 월급에서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