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의 희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서울시는 승차거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택시 단속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데일리 김정민 경계영 기자]서울에서 택시는 ‘갑(甲)’이다.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늦은 귀가를 할 때면 대로변에서 경쟁자들과 서로 나를 주목해 달라고 손을 흔들어대야 한다. ‘빈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가 왔다고 끝난 게 아니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라는 기사의 질문에 ‘오답’을 내놓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택시에 올라탔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수원이나 인천 같은 장거리 손님에게 새치기를 당할 수 있다. 깜박 잠이 들었다간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눈을 뜨는 희한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영등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 연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송년회를 끝내고 자정쯤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가 차에서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결국 한겨울 도로변에서 다른 택시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 7대 중 4대는 매년 신고 당해

서울에는 255개의 택시회사가 운영하는 법인택시 2만2800여대와 개인택시 4만9500여대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민이 1023만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택시 1대당 승객은 141명 꼴이다. 일본 도쿄(대당 230여명), 미국 뉴욕(대당 400여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승차거부 등 불법행위도 줄어들기는커녕 증가추세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승차거부, 부당요금, 도중하차, 합승 등을 이유로 승객에게 신고 당한 택시는 2만6244대나 된다. 2010년에는 4만대를 넘었고 지난해에도 3만9000여대를 기록했다. 서울시내에서 운행하는 택시 7대 중 4대가 승객에게 신고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법권 서울시 교통지도과장은 “잘못된 운행습관이 몸에 밴 일부 택시기사들이 중복해서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승차거부 신고가 가장 많다. 2008년 1만3424건, 2009년 1만3335건, 2010년 1만5165건, 2011년 1만5482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1만724건이 접수됐다. ‘도중하차’도 매년 1000여건 이상이 접수된다. 반면 2008년 564건이던 합승 신고는 꾸준히 감소해 올해는 177건에 그쳤다.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제재조치를 당하는 택시는 상대적으로 적다. 서울시가 택시회사에 관리책임을 물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지난해 95건, 올해 들어서는 115건 수준이다. 택시기사에 부과하는 과태료도 지난해 2472건, 올해 들어서는 1533건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민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신고를 취소한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등 증거가 없어 ‘불문’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전액관리제 도입 추진

불법행위가 잦은 택시는 대다수가 법인 소속이다. 택시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 받는 ‘사납금’에서 비롯된 문제다. 택시 기사는 운행으로 얻은 수입 가운데 10만~11만원 정도를 매일 회사에 내고 나머지를 갖는다. 법인택시 기사는 기본 월급으로 100만원 가량을 받지만 이 돈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손님을 태우고 더 먼거리를 뛰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택시 기사들이 총알택시, 승차거부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997년 기사는 택시 운행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에서 지급하는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수입금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승차횟수나 운행거리에 관계없이 수입이 동일해지는 만큼 불법행위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택시 회사는 드물다. 서울시의 택시 업체 255개 가운데 7개사만이 전액관리제를 시행중이다. 각 구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사업 일부 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택시회사들은 수입감소를 우려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천정욱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은 “택시의 불법운행을 차단하고 택시회사의 투명한 경영을 보장하려면 전액관리제가 필요하다”며 “단속을 강화해 전액관리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료=서울시 제공

서울 택시운전사 "내 손님은 내가 고른다"

매년 7대중 4대가 승차거부 등으로 신고당해

전액관리제 도입 택시회사 225개중 7개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