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택시요금·사납금 인상 '검은 커넥션'

부산의 택시업계 노사 대표가 택시요금과 사납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비리 잔치'를 벌인 사실이 확인되자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요금과 사납금이 느닷없이 불순하게 인상되는 바람에 경제적인 고통을 겪어온 시민들과 택시운전사들은 택시업계 노사는 물론 행정기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요금을 다시 인하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사 임단협 비리에 기사들 요금 인하 운동

지난 10월 기본요금 400원·사납금 16% 인상  "부산시, 업계자료만 보고 인상 결정" 비난도

△택시업계 반응=택시운전사들은 노사 대표의 '검은 커넥션' 탓에 한 달에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17일 전국운수산업노조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의 택시기본요금이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택시운전사들이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 규모가 올해부터 1인 1차(택시 1대당 운전사 1명)의 경우 10만4천700원에서 16.7% 오른 12만2천200원으로, 1인 2차(택시 1대당 운전사 2명, 2교대)의 경우 7만6천500원에서 15% 인상된 8만8천원으로 각각 올랐다.

택시운전사 강모씨는 "회사에 한 달치로 30만원을 더 내는 바람에 실질임금은 오히려 20만원가량 줄어들었다"면서 "지금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운수산업노조 부산지역본부 장현술 사무국장은 "18일 '택시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전단 4천장을 작성해 택시운전사들과 시민들에게 돌리고, 다음주 내로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계획"이라면서 "부산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택시요금 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심각한 저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입장=택시업계 노사의 검은 커넥션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회사원 박지철(44·부산 남구)씨는 "택시운전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기본요금 인상 당시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택시업계 노사가 임단협 과정에서 추악한 비리를 저질렀고, 이 문제가 택시요금 인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자치연대 최철원 주민자치팀장은 "택시업계가 적자운영 중이란 말만 믿고 택시운전사들과 시민들은 고통을 분담해 왔는데 이런 식의 뇌물 비리가 터져 나오니 마음이 정말 착찹하다"면서 "택시업계의 경영 실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택시업계가 제시한 자료만을 토대로 섣불리 요금을 인상해 준 부산시에도 분명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입장=시는 택시업계 노사의 '검은 커넥션'을 지켜보면서 무척 당황해 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택시요금 인상 문제의 경우 조합 측이 요금 인상을 건의하면 교통개선위원회와 물가대책위원회 등이 심의를 한 다음 조합 측에 기본요금 상한선을 전달, 인상안을 결정한다"면서 "기본요금을 올리면 택시업계의 경영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택시운전사들의 형편도 나아질 거라 예상했는데 이런 식의 커넥션이 터져 나와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러면서 "기본요금이 인상되면 2~3개월 이내에 사납금 조정이 이뤄지는데, 사납금 조정 과정에서 택시운전사들의 실질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의장 겸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장인 이모(56)씨와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박모(49) 전 이사장은 지난해 택시업계 임단협 과정에서 사납금 인상 등을 수용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15일 검찰에 구속됐다. 김종균·김진성 기자

'룸살롱 임단협' 택시 노사 구속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과 택시노조가 오랫동안 부적절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합원들의 이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택시노조 간부들의 행태와 관련해서는 '아예 노조이기를 포기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성범)는 16일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의장이자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부 본부장 이모(55)씨에게 사용자단체로부터 부적절한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적용해 구속했다.

부산지검, 부산조합 전 이사장·노조 본부장 수사

이사장 3억1천만원 횡령… 정·관계 로비 의혹도

검찰은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 박모(49)씨도 노조 간부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건네고 조합 돈 3억1천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배임증재 등)로 함께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07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노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두 달 뒤 이 본부장에게 "앞으로 협조해 달라"며 현금 1천만원을 건넸다.

두 사람은 부산 사하구 신평동 택시노조 부산지역본부 본부장 사무실에서 돈을 주고받았다. 박씨는 지난해 2월과 9월에도 이씨에게 1천만원씩을 더 전했다.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임단협이 임박해지면서부터 '검은돈'과 '향응 제공' 빈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박씨와 이씨는 지난해 9월 말부터 단체교섭이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부산 동구 모 룸살롱을 찾았다.

박씨는 4차 단체교섭 후 이 룸살롱에서 이씨의 호주머니에 200만원을 찔러 넣었다.

양측은 이후에도 단체교섭 직후만 되면 룸살롱에서 유흥의 자리를 가지며 돈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12월 초까지 거의 매주 열린 12차례의 '룸살롱 파티'에서 모두 1천200여만원이 오갔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씨에게 모두 5천700여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도 당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윤모 이사장에게서 1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 간부들도 검은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단체교섭에 참가한 택시노조 부본부장들에게도 각각 수백만원씩 모두 2천800여만원을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박씨는 업무추진 위로금 명목으로 조합 돈을 임의로 빼돌려 모두 3억1천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박씨가 빼돌린 조합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사용처와 관련한 박씨의 개인 메모를 확보, 정·관계의 비호 및 유착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부터 부산지역 택시기사들이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평균 17% 올랐다.

이현우 기자 hooree@

[사설] 택시기사들 울린 부산 택시노사 '검은 커넥션'

부산 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과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부 본부장이 임단협 과정에서의 '검은돈' 수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는 사납금 평균 17%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 불황에다 요금인상으로 택시 이용객이 감소한 상황에서 택시노조 간부와 사용자 간의 검은 커넥션은 택시기사의 '고혈(膏血)'을 짜서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이는 시민에 대한 배신적 행위이다.

이들은 임단협 과정에서 거의 매주 '룸살롱 파티'를 갖고 검은돈을 주고 받았다. 택시노조 본부장이 역대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2억5천만원대나 된다. 노조원을 위한 제대로 된 노사협상이 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노조 본부장뿐만 아니라 다른 노조 간부들도 사용자 측의 포섭 대상이었고 검은돈을 챙겼다고 한다. 택시기사들이 믿고 뽑았던 노조 간부들이 사용자 측에 매수돼 기사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택시노조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임단협 과정에서의 커넥션이라는 차원에서 택시노조의 도덕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택시업계에서는 노조 본부장 선출 제도 등에 허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1분회 1분회장'에 의한 본부장 간접선거에다 노조 집행부를 견제·감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또 하나의 시민의 발이다. 지난해 10월 택시요금을 평균 20%나 올려준 것도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택시노조와 사용자는 이를 외면했던 것이다. 택시노조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함께 모순된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더불어 구속된 택시조합 전 이사장은 조합돈을 3억여원이나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관계 유착 여부 등 이 돈의 용처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택시 노사 '검은 돈' 반발 확산 사납금 인상 '거래' 의혹 제기

노조원들 "단체협약 무효" 항의 집회

 속보=부산지역 영업용 택시업계의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대표와 전 사용자 간에 거액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자(본보 13일자 8면 보도) 택시운전사들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성범)는 14일 임단협 과정 등에서 2억5천여만원을 받은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부 본부장인 이모(55)씨와 이씨에게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준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 박모(49)씨에 대해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택시운전사들은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손님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택시업계 노사대표가 뇌물을 주고받으며 운전사들의 생계를 옥죄는 사납금 인상을 단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부와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해 말 가스값 인상과 최저임금제 적용, 물가인상에 따라 택시 사납금을 지난 1월부터 17%(1인 1차제 기준 1만6천500원가량) 인상했었다.

택시운전사 일부는 13일 오후 2시 부산 사상구 모 택시회사 앞에서 단체협약 무효화를 주장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예상은 했지만, 노조대표 이씨가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집회를 해 온 일부 노조원들도 오는 18일 상경 시위 등을 계획 중이다.

영업용 택시운전사들의 인터넷 카페인 '부산택시인의 쉼터'를 운영 중인 윤모(56)씨는 "단협 내용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5일부터 이틀간 택시운전사 520명을 상대로 서명을 받았고, 지난달 말에는 연명서와 단협 시정명령 결의 신청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했다"며 "앞으로 많은 노조원들이 동참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지역에는 현재 영업용 택시운전사로 1만5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대성 기자 n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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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택시기사도 시민도 불만  "누구를 위해 요금올렸나"

뇌물협상파문 부산택시업계 운전기사들 인하 요구 거세  "손님 없는데 사납금만 올라"

6개월 전에 올린 부산지역 택시요금을 종전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용객뿐만 아니라 기사들 사이에서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택시업계 노사 대표가 사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택시요금 상한선 인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노총 운수노조는 16일 이번에 구속된 부산택시노조 본부장인 이 모(56) 씨에 대한 엄벌과 택시 요금 인하를 위한 서명운동을 17일부터 부산시내를 돌며 벌인다고 밝혔다. 운수노조 소속 조합원과 한국노총 소속 일부 조합원들은 이날 서명운동과 함께 '뇌물비리로 인상한 택시요금을 1800원으로 내려라' '뇌물비리로 인상한 사납금을 종전으로 되돌려라'는 내용이 담긴 선전물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음주 중에는 택시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어 노조원들의 뜻을 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기사들이 스스로 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요금 인상이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기사들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택시 요금이 1800원에서 2200원으로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택시요금 상한선을 20.46% 인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택시업계는 요금을 400원 올렸다.

문제는 택시 요금 인상이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진 것. 실제로 7만5000원 선이던 택시 사납금은 1인 1차(택시 1대당 운전사 1명)와 2인 1차(택시 1대당 2명)에 대해 각각 1만1500원과 1만6500원씩 20%가량 올랐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택시 승객까지 줄어들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 기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택시 노사 대표가 얽힌 뇌물비리까지 터지면서 이들의 주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운수노조 관계자는 "이전부터 왜 부산이 이렇게 과도하게 택시요금을 올리는지 의문이었는데 그 이유가 이번에 밝혀졌다"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택시 요금을 올리더니 결국 회사의 배만 불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택시 요금 상한선 조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의 사납금 문제는 요금 인하보다는 노사 간에 협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부산시 이준승 대중교통과장은 "부산시에서 정한 것은 요금이 아니라 상한선이라서 이를 낮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사납금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택시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사설] 부산택시 노사 뒷거래 언제까지 봐야하나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전 이사장과 부산택시노조 본부장의 뒷거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노조 본부장이 2명의 전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현금만 2억5700만 원에 달하고 다른 노조간부들도 거액을 받아챙겼다. 노사 간에 단체교섭을 한 날에는 어김없이 룸살롱에서 술판도 벌였다. 노동자 대표와 경영진이라기보다는 브로커와 갈취배의 공생이나 다름없다. 이런 노사를 놓고 도덕성을 따지는 게 사치스럽다. 곪은 종기를 도려내듯 철저한 사실규명과 응당한 징벌만이 그나마 재발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다.

택시노조 간부와 경영진의 불법행각이 한참이던 지난해 부산의 택시 요금은 평균 20%나 올랐다. 택시기사들이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17%나 인상됐다.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서비스 향상이라는 요금 인상의 명분은 사라지고 시민의 부담과 기사들의 희생만 남았다. 오죽했으면 사납금에 허리가 휜 기사들이 '택시요금 도로 인하하라'고 택시에 써붙이고 다녔겠는가. 그렇게 절규하는 동료들을 팔아 노조는 제 뱃속만 챙기고 있었음이 지금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다.

부산택시노조의 비위는 이번뿐이 아니다. 12년 전에는 노조위원장이 운전복 납품대가로 7000만 원을 받아 구속됐고 노조 복지협회 공금을 유용하다 처벌받기도 했다. 이런 비리가 가능한 것은 조합원이 아닌 분회장이 선거권을 갖는 탓에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을 두렵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노조 조합원들이 당장 선거제도 개혁이나 집행부 감시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않는 길이다.

노조 본부장과 간부들에게 검은돈을 돌렸던 전 이사장은 공금 3억1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착복했는지, 또 다른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했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검찰이 이번 기회에 택시업계를 둘러싼 유착고리들을 철저하게 분쇄해야 택시가 말 그대로 시민의 발로 거듭날 수 있다.

'노사협상→룸살롱→뒷돈거래' 반복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부산 택시노사 '원만한 관계의 조건'

운송조합 前이사장 수시로 돈줘 / 노조 본부장은 이전에도 돈받아

지난해 부산 택시 노사의 협상 뒤에는 어김없이 룸살롱 술자리와 뒷돈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같은 택시 노사 대표의 부적절한 협상은 사납금과 택시 요금의 과도한 인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배성범·주임검사 한웅재)는 15일 택시업계 사용자 대표들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부산택시노조 이모(56) 본부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 본부장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네고, 조합 공금 수억 원을 빼돌린 혐의(배임증재 및 횡령)로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박모(49) 전 이사장도 함께 구속했다.

■협상과 룸살롱 회합 반복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향후 노사 협상에서 사용자 측에 협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시로 이 본부장에게 돈을 건넸다. 2007년 9월 취임과 함께 1000만 원을 준 것을 비롯해 2008년 9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이 전달됐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노사 협상을 전후해서는 거의 1주일에 한 번꼴로 100만~200만 원씩 건너갔다. 특히 노사 간에 단체 교섭을 한 날에는 빠짐없이 동구 수정동의 한 룸살롱에서 따로 만나 술자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술자리 때마다 돈도 함께 건넨 것이다.

검찰이 확인한 이 무렵 룸살롱 술자리만 12차례에 이른다. 박 전 이사장은 노사 협상이 마무리될 때인 11월에도 이 본부장을 따로 만나 1500만 원을 주는 등 5700여만 원의 불법적인 돈이 오갔다.

박 전 이사장은 이 본부장뿐 아니라 노사 협상에 참가하는 다른 노조 간부들에게도 3000만 원을 건네며 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거래' 때문인지 지난해 부산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1800원에서 2200원으로 인상됐으며, 사납금도 1만1500~1만6500원씩 올랐다.

■뿌리깊은 노사대표의 유착

이 본부장은 박 전 이사장 외에 윤모 전임 이사장에게서도 불법적인 돈을 받았던 것이 이번 수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2005년 7월과 2006년 1월 당시 윤 전 이사장으로부터 각각 1억 원씩 모두 2억 원을 받았다. 이때도 불법 돈거래의 명목은 '원만한 노사 협상을 위해서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택시 노사 대표의 유착이 꽤 오래됐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그러나 윤 전 이사장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이사장은 조합 업무 추진 위로금 명목으로 7차례에 걸려 조합 공금 3억1000여만 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의 금품 제공 목록 메모를 확보하고 정·관계 로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관계로 수사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반복된 택시요금과 사납금 인상 뒤에는 노사 대표의 도덕 불감증이 자리잡고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시민의 발인 택시를 볼모로 한 노사 간의 유착이 근절될 수 있도록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부산택시 '뇌물 임단협' 수사, 정관계 확대

검찰, 작년 부산 택시요금 전국 첫 20% 인상에 주목

사측 대표 횡령한 3억원 용도 추적

부산 택시업계의 '뇌물 임단협'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배성범 부장검사)는 16일 사용자 측이 노조뿐만 아니라 정관계에도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임단협을 전후해 노조 집행부에 돈을 주고 조합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한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박모(49) 전 이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관계에금품을 살포한 내용이 적힌 메모지를 발견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7차례에 걸쳐 총 3억1천700만 원의 조합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부산시내 택시요금이 전국 처음으로 평균 20.5% 오른 데 주목하고 이 돈이 요금인상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당시 부산시내 택시요금은 중형택시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주행요금은 169ｍ당 100원에서 143ｍ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41초당 100원에서 34초당 1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은 요금인상을 이유로 노조 대표와 사납금 인상을 협상을 시작했으며, 협상 때마다 룸살롱 접대를 통해 같은 해 12월 사납금을 1인 1차(택시 1대당 운전사 1명)와 2인 1차(택시 1대당 2명)에 대해 각각 1만1천500원과 1만6천500원 올리는데 합의했다.

사납금 인상은 택시 요금을 올렸을 때만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요금은부산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의회에도 보고하게 돼 있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이 공금을 횡령한 시기와 택시 요금인상, 사납금 인상 등이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2005년 12월과 2006년 1월 윤모 전 이사장도 2차례에 걸쳐 노사협상에 전권을 갖는 한국노총 부산본부 의장 겸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 이모(55) 본부장에게 2억 원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으며 당시에도 11.29%의 요금 인상에 이어 사납금도 인상됐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후 메모지에 등장하는 정관계 인사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택시요금 '뇌물인상?' 인하주장 설득력

부산지역 택시업계 노사 대표가 임단협을 놓고 거액의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됨에 따라 6개월 전 올린 택시요금을 종전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택시 기본요금을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인상하는 등이 지역 택시요금을 20.5% 올렸다.

택시 업계의 경영 개선을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요금 인상 후 택시 운전사들은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요금 인상으로 손님은 줄어든 반면 사납금만 늘었다는 것.

여기에 택시 업계의 경영 개선이라는 대의명분 뒤에 실은 노사 대표의 뒷돈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선 택시 운전사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