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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공제조합 관리감독하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공식 출범
車 사고 피해 ‘깜깜이 보상’ 투명해진다
‘자동차손배진흥원’ 공식 출범
A(여)씨는 28세이던 2011년 1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진 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코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운전기사는 택시공제조합에 연락한 뒤 자리를 떴다. A씨는 코 골절 수술을 하고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고, 현재까지 수술한 부위가 날씨나 건강 상태에 따라 붉어지는 증상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공제조합은 처음에 수술비만 보상하겠다고 알려왔다. 화가 난 A씨가 위자료 얘기를 꺼내니 조합은 그때야 선심 쓰듯 100만원을 불렀다. 대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 치료비는 모두 A씨 부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변호사 등은 후유증 때문에 위자료를 훨씬 더 받을 수 있다고 소송하라고 조언했지만 당시 사회초년생 신분으로 장기간 송사에 매달릴 여력이 없었던 A씨는 1년여 뒤 조합이 제시한 위로금을 받고 합의했다.
앞으로 이런 택시·버스 등과 관련된 사고에 대한 ‘깜깜이 보상’이 투명해질 전망이다. 택시·버스·화물차·렌터카 사고 피해자 보상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공공기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자동차 공제를 관리·감독하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개원식을 하고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그간 자동차 공제가 일반 보험사보다 보상 만족도가 낮고, 공제 재무 건전성도 취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감독기관으로 설립됐다. 애초 2015년 6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감독을 받는 공제 및 공제를 운영하는 운수단체의 반발에 진통을 겪다 3년 만에 설립하게 됐다.
 공제의 감독기관인 진흥원이 개원하면서 자동차 공제조합의 여러 문제점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흥원은 택시·버스·화물·렌터카 등 사업용 차량 87만대가 가입한 6개 공제조합의 자동차 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서비스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6개 공제의 연간 공제금액(보험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감독하고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손해보험협회 등의 여러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일반 보험사와 달리 자동차 공제조합은 국토부 1개 팀에서 감독해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공제민원센터에 접수되는 민원은 연간 5000∼6000건에 이르고, 민원 발생률도 보험사보다 1.7배 정도 높았다. 공제가 버스·택시 등 운수단체의 부대사업으로 운영되고 운수단체 연합회 회장이 실질적으로 공제를 운영하다 보니 운수단체 눈치를 보는 문제도 제기됐다. 진흥원 원장으로는 최근까지 손해보험협회에서 30여년간 근무한 자동차보험 전문가인 박종화 전 상무가 선임됐다. 또 신규 단체임에도 진흥원은 내년도 예산에서 6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자동차 공제를 지도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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